멈춰버린 스테이지 위를 걷다

「복도와 스테이지 사이 2」

by 불망

비릿한 문장은, 그날 나를 움직이게 했다.


술에 기대 걷던 밤이었다.


흔들리는 차선 위로

나는 위태롭게 발을 옮기고 있었다.


택시를 잡기 위해

정신을 모으던 중,


운명 같은 알람에

정신을 빼앗겼다.


나는

이름 두 글자에

멈추었다.


어떤

멈춰버린 스테이지에

홀리듯.


나는 그 밤

공원 벤치에 앉아,


세 시간 동안을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하며,


그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고선,

한동안 멈춰 있었다.


술기운이었을까.


사실,

이상했다.


연민도,

딱하다는 동정도 아니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끝내 울었다.


나는

내 진심을

마치 들킨 것 같았다.


아니,

겹쳐 보이기도 했다.


숨을 쉴 때마다

기침이 칼날처럼 박히던,


장 마르고 시렸던

시월의 끝에서


그날

나는

다시 걸었다.


내가,

아니

누군가 부수고 싶어 했던

그 고약한 진심이,


역설적으로

나에게

다시 걸어갈

작지만 뜨거운 불씨를

지폈으므로.


누군가 던진

그 비릿한 문장이


내 안의

꺼져가던 온기를,


다시

깨웠다는 것.

사실만은 끝내 남겨두었다.


그리고

그 문장 끝에는

이상하게도 겨울의 온기가 묻어 있었다.


기침이 멈추지 않던 그 밤,


나는 처음으로

다시 걷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