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지나가는 일

짧은 씁쓸함들 ③

by 불망

그는 늘 정리했고,

나는 늘 시작했다.


끝은 언제나 그에게 있었지만,

마침표는 내 몫이었다.


어떤 인연은

필연처럼 끝없이 반복된다.


우리는 늘 엇갈렸다.


그는 늘 인생을 정리했고,

나는 늘 시작해야 했다.


그가 정리할 때마다

나는 붙잡았고,


그가 떠날 때마다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건

한쪽은 놓아야 살고,


한쪽은 붙잡아야 사는

그런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마무리로 배워가고,

누군가는 시작으로 성장한다.


그의 끝은

단단함을 남겼고,


나의 시작은

지워지지 않았다.


이해되지 않던 시간들은

지금은

다 이유로 남았다.


돌고 돌아,

우리는 결국

서로를 지나가는 인연.


그의 정리는

나의 시작이었고,


나의 시작은

그의 마지막이었다.


이제야 안다.

끝은 언제나 그에게 있었지만,


마침표는

늘 나에게 남았다는 걸.


그의 안녕은

끝내

나의 안녕이 되지 못했다.


붙잡는 대신,

이해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