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된다와 안 한다 사이의 5kg

「복도와 스테이지 사이 1」

by 불망

멈춰버린 스테이지 위를 걷기 전,

차마 꺼내지 못했던 비릿한 시작을 이제야 내려놓는다.


병원 문을 열면 기침이 시작된다.


의사도 고치지 못한

이 기침의 시작은,


어느 명절날

찢겨 나갈 뻔한 나의 가운과

내뱉어 버린 단어 하나였다.


어제와 별다를 것 없는 아침.


하늘엔

가벼운 바람에도

흩어질 안개가 떠 있다.


실체 없는 막막함에

잠시 눈을 감았다.


그래도 채비를 하고,

오늘도 그 병원으로 나간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현관문을 나선다.


하루살이 같은 다짐 하나.

“이제 그만둬야지.”


아직도,

장롱 안에 숨겨놓은

오래된 면허증으로 인해,


나는

한 시간 거리의 병원을

이제는 익숙해진 카카오택시로 간다.


창밖에 스쳐가는 사람들은,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그저 묵묵히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익숙한 거리지만,

그 풍경은 늘 다르다.

출근 전, 잠깐의 여유였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익숙한 병원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역시나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간지러운 신호가 온다.


이건 생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내 몸이 기억하는 거부 반응이다.


가운이 뜯기던 소리,

산모의 절규,


그리고 수화기 너머 들려오던

차가운 명령.

그날 이후 내 안의 무언가가 깨졌다.


누군가에 의해 비틀린 단어가

사람을 어떻게 마르게 하는지,

나는 내 몸이 깎여 나가는 것을 보며

배워야 했다.


그날,

내가 선택한 단어는 '안 된다'였다.


그것은 환자의 안전을 위한

나의 마지막 선택이었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귀찮아서 '안 한다'는

태만으로 읽어 내렸다.


그 한 글자의 차이가

내 몸에서 5kg을 앗아갔다.


그리고 어떤 말보다 먼저

기침이 터져 나왔다.


엑스레이와 CT 어디에서도

문제없던 폐.


그런데도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


바꿔가며 복용했던 약에도

낫지 않던 기침은 이상했다.


목구멍을 긁어서 나오는

소리도,

거칠고 메마른

소리도 아니었다.


말하고 싶을 때마다,

침묵을 선택할 때마다,

기침이 먼저 나왔다.


“불망선생님이

환자 케어 안 하겠다고 했다면서.

아니지...”


“불망아,

그분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

네가 그냥 이해해.”


나는 그날,

변명할 기회를 얻진 못했다.


내가 바랐던 건

그저 진심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었다.


브런치에 막 글을 쓰던 시기였다.


내가 선택한 단어가

그날 정말 잘못이었을까.


혹시 내가 쓰는 글들이

모두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모든 생각에 사로잡혀

그날은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기침은

아직 나아지지 않았다.


긴장할 때도,

의식할 때도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병원 복도를 거닐 때마다,

박자를 타듯

뿜어져 나왔다.


여덟 시간 동안

물을 마실 틈도 없었다.


힘없이 퇴근해

집으로 되돌아와


노트북을 열고

단어를 고르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날 이후

나는

자주 멈춰 서 있었다.


기침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추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