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

짧은 씁쓸함들 ②

by 불망

창밖엔 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다가,

차마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헤드셋의 볼륨을 올렸다.


예전엔 비가 오면,

뛰어나가 젖은 거리를 걷고 싶던 충동이 있었다.

이제는 그 마음마저 잠잠해졌다.


빗물의 색은 회색,

감정의 색도 회색.


막힌 하수구처럼,

내 안의 무언가도 흘러가지 않고 정체되어 있다.


가슴 어딘가에 공기가 고여,

숨 한 줄기도 흘러가지 않는 듯했다.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다,

나는 다시 볼륨을 올렸다.


며칠 동안이나 그 물음에

답하지 못했던 이유들을

나는 내내 곱씹었다.


“이유를 알고 있는데,

도대체 이유가 뭐야.”


그 물음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시선 때문에,

이렇게 익숙해져 버린 일상 때문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결국, 자기 합리화였을 뿐이었다.


나는 단지,

변칙이 두려웠을 뿐이었다.


애써 쌓아 온 것들을

스스로 허물어버리는 게.


차라리 비처럼,

조용히 흡수되어 사라져 버렸으면.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았다.


헤드셋의 노랫말을 따라,

창밖의 빗물은 그날의 바람처럼 내 안을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