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에서나온사람 Aug 31. 2022

촬영 소품에 대한 단상

[애니메이션 제작기] 쉬어가는 글



오밤중에 방정리를 하다가 아기 인형을 발견했습니다. 혹시 낯이 익으신가요? 네.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제작에 사용되었던 촬영 소품입니다. 남성임신 멘토 등장씬에 사용되었던 인형입죠.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남성임신 멘토 클립



제법 실물 아기 같아서 조금 섬뜩하기도 합니다. 영화 <경계선> 보신 분 계신가요? 소설 <렛미인> 작가인 욘 린드크비스트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웨덴 영화인데요, 거기에 '히시트'라는 것이 나옵니다. 암컷 트롤이 낳은 개체로, 아직 수정되지 않아서 영혼이 없는 상태의 아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 아기인형이 히시트를 연상시키네요. 그래도 이 인형을 안으면 뭔가 따스한 느낌이 드는데요, 몸통 부분은 솜인형이기 때문입니다. 말랑말랑하고 폭신해서 안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안정됩니다. 한동안 이 인형을 안고 애니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또 잠깐 다른 길로 새자면, 김영하 단편소설 <아이를 찾습니다>에 아기유괴범이 나오잖아요. 아기를 데려다 금전을 요구하기는 커녕 진짜 엄마처럼 키워내는 유괴범. 거기 나오는 유괴범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는 위험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2021년 11월 작업실에서



영화가 대박나면 이 인형이 영상자료원에 전시될 수 도 있겠다는 망상을 한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쿨하게 떠나보내렵니다. 옷장 열 때마다 조금씩 보이는 아기 머리통에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무엇보다 대박날 때까지 갖고있기에는 저의 보금자리가 너무 협소하거든요.









쿨거래를 기원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애니메이션도 제조업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