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겠다, 브리즈번으로

2024년 6월의 브리즈번

by 이솔라 Sola






1. 혼자 여행을 떠났다(보름의 절반은 일이었지만 그래서 더 뿌듯하게 잘 놀고먹고 쉬었다). 덜 복잡하게 살고 싶어서 떠나온 곳에서 더 바쁜 날들을 보냈는데 이게 나를 갉아먹고 있다고 느껴서인가 몇 주전부터 시드니가 답답하고 집이 불편하고 우중충한 날씨가 내 마음과도 같았다. 고요하게 혼자 있지 못하는 날들에 환기가 필요하다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 잠깐 떠나야겠어.‘라는 생각에 무턱대고 시드니로 돌아오는 날이 언제일지 가늠도 하지 않고 비행기를 탔다.


2. 그렇게 도착한 브리즈번에서의 일주일. 새벽 네시에 화재경보가 온 건물에 울려 소방차가 2대나 오고 모든 사람이 나와 분주히 움직이는 소방대원들을 쳐다봤던 일.(그땐 여기서 죽는구나 라는 생각보다 졸려서 죽겠다는 피곤함만 가득했다. 나 안전 불감증인가) 저 먼 스페인에서 온 친구는 내가 묵는 숙소에서 일을 하며 잠자리를 제공받는다고 하고, 여행을 왔다가 핸드폰을 잃어버려 속상해하는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건 50불을 쥐어주는 것뿐이었고, 어리숙하고 부끄럼 많은 내 손님의 허벅지에 수십 개의 칼자국을 보고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우리는 틱톡에 웃긴 영상들을 같이 보며 시시덕대면서 작업을 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삶이 안온하길 진심으로 바라는 것뿐이었다. 내 마음대로 계획한 여행에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들이 많아서 이게 인생이고 이게 여행이지 싶었다.




3. 잔잔한 호주의 산 능선들과 티끌 없는 하늘, 부서질 듯 치는 파도들. 조금의 짠기가 섞인 바다모래 냄새. 푹푹 빨아들이는 모래를 헤쳐서 눈 안 가득 바다를 담고 바람을 마시고 간질거리는 머리카락들이 싫지만은 않다. 노을 지는 바다 앞에서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을 보고 그들이 사랑을 남기는 방식들과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으니 웃음이 났다. 무게라 호수 위 무수한 별들을 가득 담아 온 날이 있어서 아주 다행이다. 한국과는 반대라서 처음 보게 된 서던크로스자리. 늘 알고 있던 별자리들이 여기선 거꾸로 보인다는 게 마치 네가 걱정하는 것들은 아마 별 것 아닐 거야라는 듯 말을 해주는 거 같아서. 수만 개의 별들이 눈동자에 반짝거리며 걱정 말라고 하는 거 같았다. 별들은 항상 숨어있다가 예상치도 못한 때에 눈앞에 나타나겠지.


작가의 이전글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