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제주-봄(1)

바다편

by 버미
제주도 가는 비행기 안에서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지친 모습을 숨기기 어려울 지경에 다다랐다. 환기가 필요해서 화요일에 무작정 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했다. 하나 스스로에게 기특한 점은 그래도 여유를 완전히 잃기 전에, 여력이 조금은 있을 때 나만의 시간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 이렇게 하나하나 나에 대해 알아간다.

제주공항 앞/101번 버스 시간표

비행기가 연착되어서 예상보다 좀 더 늦게 왔다. 30분 간격으로 숙소인 월정리로 가는 101번 버스가 오는데 7분에 도착해서 거의 30분을 기다려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보는 풍경

매번 렌트 차로 제주를 다니다가 이렇게 뚜벅이로는 처음이라 기다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군 싶었다. 그래도 제주에 온 행복감이 이런 지루함을 상쇄해버렸다. 버스 창문으로 이런 에메랄드 바다를 볼 수 있다니. 서울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월정리 도착/제주의 노을

약 한 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월정리에 도착했다. 해는 뉘엿뉘엿 작별인사를 하며 붉은 노을을 만들었다. 마늘밭으로 보이는 푸른색과 붉은색이 조화를 이뤄 멋진 풍경을 선사했다.

혼자 삼겹살에 한라산 먹은 경험

숙소 체크인을 하고 나오니 해가 다 져버렸다. 밤에 보는 월정리도 오징어배 불빛과 함께 운치 있었는데, 사실 혼삼겹에 한라산을 먹었더니 취해서 그런지 사진 한 장이 없다. 아쉬워라~ 그래도 내 눈에 많이 담았으니 됐다.


혼자 삼겹살이 혼밥 챌린지 중 고난도라고 하던데 나름 할만한데? 조금 심심해서 직원분께 일부러 말을 걸기도 했다 사실.

월정리의 일출

월정리는 해녀들이 사는 마을이라 가게도 문을 빨리 닫고 숙소도 빠른 소등을 한다. 술도 먹었겠다 알딸딸한 기운에 피곤함이 섞여 나도 빨리 잤다.

몸이 아직 일상을 기억하는지 여섯 시 되자마자 눈이 떠져 일출을 보러 갔다. 숙소에 머물던 여행자분들과 함께 갔는데 이렇게 하늘이 예쁜 건 처음이라고 하셨다. 말 그대로 정말 아름다웠다.


소원이라도 빌었어야 했는데 아쉽다. 뒤늦게라도 빌어본다.

월정리 애옹이

월정리엔 동물친구들이 참 많다. 동물에게 해코지를 많이 하는 곳일수록 동물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여긴 길을 지나가다가도 총총총 걸어 다니는 개와 고양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낮의 월정리

에메랄드 빛 월정리. 낮에도 너무나 예쁘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어서 월정리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구좌상회

밥을 먹자마자 당근케이크로 유명한 구좌상회로 갔다. 당근케이크의 조상 격이라고 하던데 건강한 맛과 꾸덕한 크림치즈가 어우러지는 게 일품이었다. 햇살도 받으면서 여유롭게 일기도 쓰고 <아무튼, 메모>라는 책도 읽었다. 책에선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하고 나의 생각을 기르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생각을 해야 된다는 이 말이 참 좋다.

창문밖 냥이

어슬렁어슬렁 나비를 찾아다니는 고양이. 귀여워라. 여유롭게 풍경과 맛을 함께 즐기고 비자림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711-1 버스 시간표

월정리>세화환승정류소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타야 하는 711-1 버스는 전광판에도 잘 안 떠서 시간표를 찍어놨다. 거의 30분 정도가 남아서 세화 해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뜻밖의 경로였다.

세화해변(1)

세화에 이렇게 사람이 없었나. 풍경 그 자체를 볼 수 있었던 행운의 하루였다. 혼자 여행을 오니 이런 틈틈의 시간에도 여유롭게 새로운 경로를 만들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든 생각은 인생도 여행과 같다는 게 진짜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 계획보다 조금 늦춰지거나 경로가 바뀔 수도 있지만 그 바뀐 순간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더 많은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세화해변(2)

아, 근데 너무 여유를 즐기다가 버스 시간 보고 촉박해져서 바다에서 정류장까지 전력 질주한 건 안 비밀.. 다행스럽게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행운이다.


비자림부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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