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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Jul 19. 2020

유튜브가 만든 엄청난 변화를 새삼 깨달았다

데이브가 TV 출연을 안 하는 이유를 듣고

데이브라는 유튜버가 올린, '제가 TV 출연 안하는 이유'라는 영상을 봤다.

데이브는 원래 TV 나가서 유명한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샘 해밍턴이 롤모델이었다. 2014년 비정상회담이 빵 떴다. 그걸 보면서 토할 정도로 배가 아팠다. 떠보고 싶어서 수많은 채널, 수많은 프로그램에 나갔다.

당시 한국 예능에서는 '한국인 패치 다 된 외국인'이 유행이었다. 방송국은 그런 캐릭터를 원했다. 데이브한텐 '김치 먹을 수 있어?' '미국엔 이거 있어?' 같은 질문만 왔다. 멘트마다 '무늬만 외국인'이라는 자막이 달렸다. 산낙지, 홍어 먹기 미션을 시켰다.

데이브는 자기가 어렸고 미성숙해서, 그 역할극에 자존심이 상했다고 한다. 억지로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자기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PD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자기가 뭘 몰랐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데이브는 유튜브로 왔다. 유튜브에서 자기 길을 찾았다. 유튜브에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맘껏 해볼 수 있었다. 그 후 TV는 나가지 않았다. 자기는 출연자가 아니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이 더 잘 맞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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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내성적이고 고집쟁이고 주도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에요. TV형 인간이 아니에요. 그걸 깨달았죠. (...) 근데 지금은 괜찮아요. 저는 더 올라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 지금 너무 행복해요."

이걸 보고 새삼 깨달았다. 유튜브는 정말 엄청난 변화를 만들었구나�


원랜 방송국, 몇몇 제작사만 예능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 당연히 그들의 문법과 방식에 맞춰야 했다. 그러나 유튜브가 성장하면서 시대가 바뀌었다.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 동시에 많은 사람이 본다.

데이브 채널 구독자는 200만이다. 웬만한 예능프로 못지 않은 시청자가 있다는 거다. PD말 안 듣던 데이브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개성을 살려서 만든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 세상에 예능 미디어가 TV밖에 없었다면, 이런 사람들이 자기 포텐을 터뜨릴 수 있었을까?

데이브 같은 크리에이터들이 전세계에 얼마나 많을까.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슬로건은 이제 식상한 감이 있지만, 그 임팩트는 엄청나단 걸 다시금 느꼈다.


자기 개성과 브랜드로 콘텐츠를 만들면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유튜브는 (돈을 떠나서) 사회에 어마어마한 기여를 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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