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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Jul 19. 2020

누구나 '혼밥 모먼트'가 필요하다

언제부터 혼밥이 편해졌을까

중학생 땐 혼밥이 형벌이었다. 대학교 1-2학년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식당에서 혼자 먹으면 왠지 부끄럽다. 어쩌다 혼밥 하는 중엔, 누군갈 마주칠까 항상 곤두섰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3학년쯤인가? 어느 순간, 혼밥이 불편하지 않아졌다. 남들이 혼밥하는 나에게 인사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맛을 음미하는 여유도 생겼다. 언제부터 바뀌었을까? 아마 학교 밖에서 세상을 경험하고 나서인 것 같다.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 때다.

혼밥이 불편한 이유는 뭘까. 난 이렇게 생각한다. 친구 관계, 또래들의 인정이 나의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친구 없는 것처럼 보이니까, 혼밥이 싫은 거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친구가 많은 것,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에서 내 가치를 (덜) 찾게 되었다. 더 이상 혼밥이 불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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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에는 꼭 '혼밥 모먼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의 인정이 없어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순간. 그리고 그 선택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순간.

그런 '혼밥 모먼트'를 경험하지 않으면, 결국 내 친구들이 먹는 시간, 먹는 메뉴를 보고 내 밥을 결정하게 된다. 물론 그게 점심 메뉴라면 별 문제 없을 수도.

하지만 전공, 진로, 결혼..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라면? '혼밥'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에, 남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게 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므로 혼밥 모먼트는 생각보다 중요할 수 있다.
여러분은 언제부터 '혼밥'이 편해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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