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리당의 당나귀
당나귀가 건초와 물 사이에 서있다. 당나귀는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다. 계속해서 두리번거리며 건초와 물 중 어느 쪽으로 갈지 결정하지 못한다.
배가 고프니까 건초? 목이 마르니까 물부터? 결정을 못하던 당나귀는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그 자리에서 죽었다. '뷔리당의 당나귀'라는 유명한 이야기다.
이런 멍청한 당나귀 같으니..
라고 생각하는 나도 똑같은 짓을 하곤 한다.
워낙 하고 싶은 게 많은 병이 있다. 이거 할까? 저거 할까?
이걸 관두고 저걸 하면 저걸 관두고 이걸 하는 것보다 더 나을까? 암튼 생각은 진짜 많이 한다. 뭐, 고민이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생각을 행동의 변명으로 삼을 때다. 생각만 하다 지치는 거다.
이것저것 고민하고, 저 건초의 칼로리는 얼마이며, 이 물을 마시고 나면 또 어떤 물을 마실 수 있을지 기회를 모두 계산한다. 그러면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도 지친다. 당나귀처럼.
종종 그 고민을 변명으로 삼는 나를 보곤 한다. 이 정도면 열심히 했다고. 아직 고민 중이니 곧 시작할 거라고. 가끔은 그저 발 떼는 게 무서워서 그러는 것 같다.
고민 적당히 했으면, 닥치고 하자. 쫌
(2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