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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Jan 20. 2022

스우파 스걸파에 빠진 이유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향한 열정과 곤조

사실 지난 몇 달간 스우파, 스걸파에 푹 빠져 살았다.


처음엔 정말 관심 없었다. 스우파는 본방을 아예 안 봤다. 


언뜻 보고 옛날 언프리티 랩스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센 여자들 모아놓고 싸우는 거 구경하는. 엠넷 스타일 방송. 응 안끌..


...이라고 생각했으나. 여자친구가 먼저 허니제이 내전근에 치여버렸다. 허니제이 언니~ 노래를 부르면서 영상을 다 챙겨보길래 '그렇게 재밌나..?' 싶었다. 


그 후로 유튜브에서 스우파를 하나씩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모든 크루 하이라이트 무대 모음을 전부 도장 깨기 하는 나를 발견. 뭐지? 왜 이렇게 멋있지? 


처음엔 비호감이었던 가비가 극호감으로 전환되었고. ‘24살에 뭐하셨어요라니 싸가지가 없구만’에서 ‘와 리정 개 멋있네. 오… 리정 안무 모음... 클릭...’ 이 되어버렸다.



빠진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댄서들의 춤이 멋있어서다. 


근데 두 번째 이유를 꼽자면, 춤뿐만 아니라 댄서들이 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곤조와 열정이 정말 멋있었다.


댄서는 연예계에 종사하지만, 주목을 받지도, 수입이 좋지도 못한 직업이다. 가비 말에 따르면 ‘무대 장치’ 같은 존재였다. 댄서로 탑의 자리에 서고 나서도 먹고 살길을 걱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고 하니까.


근데 스우파 댄서들은 그 힘들고 돈 안 되는 춤에 진심이다. 


‘안 춘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며, 

춤으로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와 아우라를 계속 뿜어낸다. 


왜냐고? 나는 춤이 너무 좋으니까. 끝. 



나도 글쓰기가 좋아서 전업 작가를 고민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작가는 댄서 못지 않게 먹고 살기 힘든 직업이었다.


하지만 난 당당하게 '난 이걸로 끝까지 갈꺼야. 왜냐?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라고 말하지 못했다. 


내가 만약에 댄서가 되고 싶었어도 나는 ‘그래봤자 아이돌 병풍이야.’ 이러면서 진작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저 사람들이 춤에 진심인 게 멋있다. 대리만족인가.




스우파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걸 보면 뭔가 힙합의 허슬 내러티브가 생각난다. 


어디 슬럼가에서 태어나서 불행하게 자랐지만, 남들 놀던 10대에 힙합에만 열중해서 지금은 쩌는 스타가 된 래퍼 이야기가 떠오른달까. 거기서 오는 감동이 있다. 


저런 롤모델이 생기면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고, 또 씬 전체의 수준이 올라간다. 쇼미가 2010년대 국힙을 먹여 살렸듯이, 스우파가 2020년대 댄서씬의 전성기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쇼미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개인적으로 난 쇼미보다 스우파가 더 매력적이었다. 

(물론 난 쇼미도 재미있게 봄)


하지만 쇼미는 ‘가진 거 없이 내 노력으로 올라가서 난 랩스타가 될 꺼야 내가 제일 쩔어’ 느낌. 


반면 춤은 좀 더 ‘진짜 멋있게 해서 우리 팀 흥하고, 모든 댄서 씬 흥했으면 좋겠다’ 느낌. (노래가 개인적인 작업이지만, 춤은 팀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대부분 경연 프로그램은 최종 파이널 간 사람 정도만 기억에 남고 주목을 받는데. 스우파는 8팀이 다 인지도가 높아지고 콘서트나 예능도 같이 나간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몇몇 소수의 떡상이라기보다 마치 ‘운동’처럼 느껴진다. ‘이게 기회다. 야, 대한민국 댄서 멋있는 거 다 보여줘!’ 같은 거대한 운동. 


왠지 동참해야 할 것만 같아.




스우파 말고도 앞으로 비슷한 현상이 많이 벌어지면 좋겠다. 비주류 창작자들이 더 많이 주류로 올라와서 돈도 벌고 주목받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다. 


예로 어떤 페친님이 디자인/일러스트 쪽도 경연 프로그램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신 걸 봤다. 


그 분야도 열정과 실력 있는 사람이 많지만 먹고 살기 어려워서 다른 일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런 분들이 스타 디자이너, 스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방송이 나오면 재미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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