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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범근 Nov 27. 2018

제2의 레드햇이 나올 수 없는 이유 (2)

매일 글쓰기 27일 차

레드햇 모델은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제품에 대한 가격이 아니라 서비스에 대해 가격을 설정하기 때문에 가격 설정을 할 수 있는 힘(pricing power)이 약하다. 제품을 차별화하고 새로운 시도에 투자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서비스 매출은 유료 라이선스 매출에 비해서 시장의 크기가 훨씬 작다. 다른 모델에 비해 제품 개발, 서비스에 대한 투자에서 불리하다. 기업이란 경쟁 우위에서 나온 이윤을 끊임없이 재투자해서 경쟁에서 다시 앞서 나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하는데, 레드햇 모델에서는 이 선순환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두 번째 문제는 제품 개발의 불확실성이다. 오픈 소스 제품의 개발은 전 세계에 흩어진 독립적인 개발자들에 의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레드햇 같은 회사가 제품의 로드맵을 완전히 결정할 수 없다. 레드햇이 전 세계 리눅스 개발자의 대부분을 고용하고 있지 않은 이상은 제품이 어떻게 개발될지, 목표했던 로드맵에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오픈소스는 '자발적인' 기여로 인해 발전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지원 모델에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코드를 가져다 쓸 수 있다. 실제로 오픈 소스가 성공하면 할수록,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무료로 오픈 소스의 코드 베이스를 활용해서 자기 제품을 만든다. 사용하기 좋게 오픈소스를 개발하면 오히려 수입의 감소로 이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오픈 소스를 정말 잘 만들어서 운이 좋다면 기술 회사들이 한두 번 지원을 요청할 것이고, 더 운이 좋다면 '전략적으로 인수'당할 수 있겠지만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들기는 어렵다. 제 2의 레드햇이 나올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날 성공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답은 이미 나와있다. 


최근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의 대세는 바로 'Software-as-a-Service' (SaaS)다.  201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사실 SaaS는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 덕에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다. SaaS는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환경에 구축해놓고 웹 브라우저나 앱을 통해 제공한다. 그리고 월정액제로 요금을 청구한다. (물론 제품마다 세부사항은 다르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더 이상 유료화된 소프트웨어를 깔게 하거나, 모든 제품을 오픈 소스화하지 않는다. 코드의 일부분을 오픈 소스로 만들고, 여기에 자신만의 독점적인 코드를 섞어서 제품을 구성한다. 그 조합을 클라우드와 웹, 앱을 통해 서비스하고 월에 일정액을 받는다. Salesforce, Amazon Web Service, Slack 등이 모두 SaaS 모델을 통해 비즈니스를 구축한 회사들이다. 최근에는 MS office나 Adobe 같은 전통적인 유료 소프트웨어들도 수익 모델을 모두 월 정액으로 전환했다.


SaaS는 이미 그 성과를 입증했고,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앞으로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대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오픈 소스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바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 모델'이다. 블록체인과 토큰에 대해서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른 글 혹은 책을 참고해주시길) 간단하게 말해서, 모든 코드는 완벽하게 오픈 소스이고, 네트워크의 참여하는 각각의 기기에서 독립적으로 실행된다. 하지만 이 네트워크를 사용하려면 일정한 양의 토큰이 필요하다. 토큰의 양은 고정되어있고, 따라서 소프트웨어를 쓰려는 사람이 많아서 토큰의 수요가 많아지면 토큰의 가격이 올라간다. 마치 부동산이 비싸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이 토큰을 미리 배분받아놓는다. 가격이 올라가면 토큰을 팔아서 수익을 낼 수 있다.


'토큰 모델'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아직 성과를 입증하기에는 멀었다. 정말로 SaaS를 대체할 모델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IT 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상도 못 한 형태로 계속해서 발전해가는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의 역사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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