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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이 Aug 30. 2020

#07 팀장님은 나이 많아서 좋겠습니다

우리 팀원 왜 저러죠?

영국 공영방송 BBC의 공식 페이스북에서는 매일 하나의 단어를 선정해서 보도하는데 2019년 9월 23일,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단어가 '오늘의 단어'로 선정되었다.


꼰대


의역도 아닌, 그야말로 발음 그대로의 고유 명사로 말이다.

KKONDAE


작이라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썰이 가장 유력한데 우리에겐 일제 강점기 시기에 귀족들을 꽁데로 부르면서 전파되고 꼰대라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90년대생들이 아무리 윗 세대들에 비해 쿨하고, 남의 시선 따위 신경 덜 쓰고, 너무 깊이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비교적 솔직한 성향이 많다 하더라도 가끔은 그들도 듣기 싫어 괴로워하는 말들이 있지 않을까.


나는 23살에 지금의 직장에 입사했다. 나와 팀 동료이거나 같은 시기에 입사한 분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4~5살 많은 분들이었다. 성격이 워낙 사회적인 데다가 주둥이를 가만히 두는 것을 지루해하는 타입인지라 여기저기 두루두루 친분을 쌓으며 즐겁게 일하고 있던 어느 날. 나이 많은 동료들과 농담 삼아 대화하다 들은 충격적인 말이 있었다.

그는 갑자기 모두가 있는 앞에서 내게 정색하며 헛웃음을 치다가 이렇게 말했다.

"허허. 어유.. 씨... 쪼끄만 게. 까불어."


그 이후로 나는 입을 닥치기로 결심했다.

나는 같은 경력을 가졌어도 그냥 어린 사람.

같은 경력을 가졌어도 장유유서, 동방예의지국, 형님 동생 문화가 무의식에 배어있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여전히 그냥... 막내였다.


한국에서 나이는 어떤 의미일까.

대한민국에만 있는 독특한 나이 계산법과 존대, 나는 그것을 극복하는데 참 오래 걸렸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나이 어린 팀장을 인정하기까지 한참이 걸렸.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더 나를 증명해 보여야만 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라떼는 말이야"가 꼰대인 것은 아니었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 까지는 좋지만 과거의 자신과 비교를 해가며 후배를 깎아내리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인간들이야말로 찐 꼰대였다. 더러는 제 밥그릇에 위협이 될 후배에 대한 방어기재가 발동해 자신의 우위를 꼰대리즘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꼰대, 그 말은 글벌 사전으로 정의될 만큼 사회적 의미와 공감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꼰대라는 말 듣기 싫으면 하지 말아야하는 말과 행동을 내 경험으로 풀어본다.


1. 자기가 확신이 없어 그러는 거면서 "내가 다 너 생각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하며 후배와 부하직원을 핑계로 본인 행동을 꼭 정당화하더라.


2. 믿고 제대로 맡기지도 않으면서, 회사가 학교냐며 하나하나 신경 쓰고 가르쳐야 하냐고 짜증 엄청 낸다.


3.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이상하게 계속 질문만 해대길래 왜 그런지 심리상담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보통 그럴 땐 자기가 모르는 것을 들키기 싫어서 하는 행동이라 했다. "그렇지. 내가 너 제대로 알고 있나 물어보는 거잖아!"


4. 평소에 별로 사적인 대화도 잘하지 않는 관계인데 궁금하지도 않은 사람들 앉혀놓고, 티타임이랍시고 자기 개인사 얘기만 한 트럭 퍼붓는다. 저기요. 그냥 일을 할게요. 안 궁금하거든요.


5. "진짜 괜찮아. 먼저 들어가."라고 말해놓고 후배가 먼저 퇴근하면 꼭 나중에 딴소리를 한다. "너, 가란다고 정말 가드라. 나 혼자 그거 수정하느라고 얼마나 진뺐는지 알아?"


6. "나보고 거기로 가라고?" 털끝 하나 안 건드려도 될 만큼 잘 정돈된 자료를 코 앞에 가져다 바치는 의전을 바란다. 자신은 상위 직책자에게 절대 그렇게 안한다면서. 아니, 자료가 여기 제 자리에 있으니 이리 와서 같이 보는 게 상호 더 효율적이지 않겠어요?


7. 그리고 제발 퇴근 후 야밤이나 주말에는 카톡 좀 보내지 말지? 이건 뭐, 대답을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 답 안 하면 나중에 은근히 삐질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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