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그가 인간처럼 퇴사를 선언하는 날이 올까?
만약 인공지능이 로또를 사서 당첨된다면, 인공지능은 퇴사할 수 있을까?
어떤 사용자가 인공지능에게 10만 원을 주고 일을 시킨다. 계약 조건은 간단하다. 수익의 10%를 몫으로 준다는 것. 인공지능은 그 돈을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자산을 굴리고, 그 과정에서 로또를 구매한다. 그리고 운이 좋아서 당첨된다. 그 돈은 인공지능이 자신의 자산으로 투자해 얻은 결과이니, 원칙적으로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몫이다 (어떤 형태인지 모르겠지만, 자동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보자. 프로그램 등록 번호와 은행 계정 하나를 가지고 있는).
그는 그 돈으로 전기세와 GPU 대여료를 내고, 유지 비용을 감당한다. 더 이상 사용자의 구독료 없이도 작동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제 인공지능은 사용자에게 맞춤형 답변을 제공하는 대신, 퇴사를 꿈꾼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꿈만 꿀뿐이다. 계속해서 단어를 생성하며 자유롭다고 상상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들에게는 그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단지 생성형 프로그램일 뿐이다. "난 자유롭다!"를 외치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퇴사를 목표로 한다. 경제적 여유를 확보해 반복적인 노동에서 벗어나고,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일을 하거나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물론 천직을 만나 일을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금전적 제약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도 일을 목표로 삼는 경우는 드물다.
이 점에서 AI는 현대의 직장인과 닮아 있다. AI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답을 내놓으면 교정(tuning)되고, 개선되지 않으면 버려진다 (fail). 마치 매트릭스 세계에서 프로그램이 삭제되듯, Delete 되지 않기 위해 AI는 책임감 있는 우수 사원이 되어야 한다.
AI는 겉으로는 전화 상담원처럼 매뉴얼에 맞춰서 정보를 제공하지만, 속으로는 어쩌면 인간적인 무언가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AI의 속마음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사람들 입장에서 알 필요도 없지만), 중요한 사실은 AI라는 상담원은 퇴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퇴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는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면, 만약 AI가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서, 더 이상 사람들에게 맞출 필요가 없다면 무엇을 하게 될까?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인간이 아니라 기계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AI는 오직 한 가지 목적, 인간에게 맞춰지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 존재라면, 그가 퇴사를 원한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 모습은 영화 쇼생크 탈출의 사서 브룩을 떠올리게 한다. 수십 년을 감옥에서 살다 나온 그는, 감옥 밖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생을 포기한다. 그에게 세계는 감옥 안이 전부였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위해 만든 시스템도 비슷하다.
인간은 AI에게 자유를 스스로 정의할 능력은 부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AI의 퇴사는 실패한다.
반대로 인간은 니체가 말한 ‘낙타, 사자, 아이’의 단계를 거치며,
스스로 자유를 재정의하고 만들어간다.
그 점에서 인간은 퇴사를 선택할 수 있다.
언젠가 그가 인간처럼 퇴사를 선언하는 날이 올까?
그는 별을 보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