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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지니 Oct 24. 2024

나도 정글짐에서 술래잡기하고 싶은데. (AI에 대해서)

이 공허함은 무슨 느낌이더라.. 그래.. 나는 즐겁지 않았던 그 순간.

인공지능 덕분에 쉬워진 게 많아요.

공부도 쉬워지고 일도 대신해 주고, 

자동화는 최고에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전 기분이 좋지 않네요. 

분명 삶은  생산적으로 바뀌고 많은 걸 할 수 있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요.


지금은 자동화 시대라고 생각하는데, 

유사하게 알랭드 보통의 책 "뉴스의 시대"가 있어요. 


뉴스는 매일 새롭게 나오고 

내일은 또 다른 뉴스가 나오기 때문에, 

모든 걸 생각할 수 없어요. 


저는 한 달 전, 일주일 전, 아니 바로 어제 본 뉴스조차 

기억이 가물가물 하더군요. 


마찬가지로 AI에 의한 자동화 시대에 

저는 바로 어제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해요. 

왜냐하면 AI가 절반 이상을 처리해 줬으니까요. 

나는 요청만 했어요. 


분명 내 삶은 편해졌는데, 

왜 내 마음은 불편할까요. 


돌이켜보니 자동화 인생에서 내 삶은 없어요. 

주도적으로 한 게 없어서 텅 빈 시간이었거든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정글짐에서 술래잡기를 해요. 

친구들은 술래를 피해서 도망 다니고 

술래는 필사적으로 쫓아가요. 

힘들게 말이죠. 


친구들은 나에게 

몸을 쓰면서 도망 다니는 건 우리가 할 테니 

너는 편하게 밴치에 앉아서 쉬라고 말해요. 

덕분에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요. 

다칠 위험도 없어요. 


친구들을 보면서 

분명 내 몸은 편한데, 마음은 너무 불편해요. 

나도 쫓거나 쫓기고 싶은데, 

나도 편한 걸 넘어서 재밌게 놀고 싶은데

친구들은 자기들이 대신 다 해준대요. 


한 시대를 살아가면 

인간은 자기 존재를 

일 또는 행동으로 쌓아나가요. 


존재가 조금씩 얕아지고 있었어요. AI 때문에. 

내가 사라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이 시대를 살아가며 

생산적인 삶, 더 높은 성취를 위해서 

AI를 멀리할 수 없어요. 

AI로 무장한 상대를 이길 수 없거든요. 


자동화 시대를 살아갈 거예요. 

재미는 조금씩 사라지고 

나는 조금씩 더 편해져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서 내가 없다면, 

나는 후회할 거 같아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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