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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글짐에서 술래잡기하고 싶은데. (AI에 대해서)

이 공허함은 무슨 느낌이더라.. 그래.. 나는 즐겁지 않았던 그 순간.

by 범진

인공지능 덕분에 쉬워진 게 많아요.

공부도 쉬워지고 일도 대신해 주고,

자동화는 최고에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전 기분이 좋지 않네요.

분명 삶은 생산적으로 바뀌고 많은 걸 할 수 있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요.


지금은 자동화 시대라고 생각하는데,

유사하게 알랭드 보통의 책 "뉴스의 시대"가 있어요.


뉴스는 매일 새롭게 나오고

내일은 또 다른 뉴스가 나오기 때문에,

모든 걸 생각할 수 없어요.


저는 한 달 전, 일주일 전, 아니 바로 어제 본 뉴스조차

기억이 가물가물 하더군요.


마찬가지로 AI에 의한 자동화 시대에

저는 바로 어제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해요.

왜냐하면 AI가 절반 이상을 처리해 줬으니까요.

나는 요청만 했어요.


분명 내 삶은 편해졌는데,

왜 내 마음은 불편할까요.


돌이켜보니 자동화 인생에서 내 삶은 없어요.

주도적으로 한 게 없어서 텅 빈 시간이었거든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정글짐에서 술래잡기를 해요.

친구들은 술래를 피해서 도망 다니고

술래는 필사적으로 쫓아가요.

힘들게 말이죠.


친구들은 나에게

몸을 쓰면서 도망 다니는 건 우리가 할 테니

너는 편하게 밴치에 앉아서 쉬라고 말해요.

덕분에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요.

다칠 위험도 없어요.


친구들을 보면서

분명 내 몸은 편한데, 마음은 너무 불편해요.

나도 쫓거나 쫓기고 싶은데,

나도 편한 걸 넘어서 재밌게 놀고 싶은데

친구들은 자기들이 대신 다 해준대요.


한 시대를 살아가면

인간은 자기 존재를

일 또는 행동으로 쌓아나가요.


존재가 조금씩 얕아지고 있었어요. AI 때문에.

내가 사라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이 시대를 살아가며

생산적인 삶, 더 높은 성취를 위해서

AI를 멀리할 수 없어요.

AI로 무장한 상대를 이길 수 없거든요.


자동화 시대를 살아갈 거예요.

재미는 조금씩 사라지고

나는 조금씩 더 편해져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서 내가 없다면,

나는 후회할 거 같아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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