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기술적으로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가?
최근에는 인공지능에 대해 선행, 사랑과 같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글을 써왔다. 인간이나 세상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인공지능을 논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랐고, 주변에서 잘 읽었다는 말이 들려온다. 오늘은 철학적이거나 감성적인 접근 대신, 기술적인 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이 기술적 관점조차도 결국은 이 매거진의 목적처럼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2024년 Google AI 행사에 참석했을 때, 나는 한 구글 연구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인간의 뇌에는 수천억 개의 뉴런이 동작해서 불안정해 보이는데, 왜 인간의 행동은 이렇게 안정적인가요?”
불안정한 요소들이 무수히 존재하는데도, 그 결과인 인간의 행동은 종종 고정적이고 일관적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는 행동은 거의 실패 없이 반복된다.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뇌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작용이나 몸속 세포들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개별 구성원들이 고차원적인 집단행동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놀랍다. 나는 이러한 의문을 뇌과학자에게 던졌고, 비록 명확한 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 이후로도 ‘인간의 장기적인 안정성’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되었다.
내가 가졌던 의문 "장기적 행동에 인간의 안정성"은 유사하게 인공지능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똑똑해도 경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장기적인 안정성”에 있다. 인간과 달리, 인공지능은 장기적인 과업에 대해 꾸준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행동이 쉽게 분산되고 불안정해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장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조차 프로그래밍 작업에서의 집중 지속 시간이 인간 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약 59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반면, 인간은 일주일, 한 달,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집중력을 유지하며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다.
인간은 외부와 내부로부터 ‘목적 기반 동기’가 꾸준히 발생하고, 이는 집중력을 유지하게 해 준다.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이유는 생계가 위협받기 때문이며, 프로젝트에 몰입하는 이유 역시 생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주어진 목표에 대해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반면, 나는 인공지능을 ‘말 안 듣는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에게는 지속적인 동기나 목적에 대한 집중력이 없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아직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 인공지능의 모델 구조, 학습 데이터, 학습 목적, 데이터 관리 방식은 인간의 방식과 매우 다르다. 마치 컴퓨터의 폴더를 정리하듯, 무수히 많은 정보를 분류하고 이를 빠르게 훑어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분산되기 쉽고, 동기나 목적을 일관되게 유지하기는 어렵다. 매 순간마다 동기를 상기시키는 방식을 설계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효율성과 성능 저하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AI에 대한 행동을 보고 하는 추측이 아니며, AI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에 대한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다.)
현재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장기 업무에 대한 불안정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나, 지금 시점에 서 바라보면, Ben West가 지적했듯이 인간 사회의 경제적 효용은 대부분 장기적인 업무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아직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만약 인공지능이 장기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인간을 고용해 지속적인 노동을 맡기는 것과 유사한 구조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Nature 논문에서도 지적했듯이, 이제는 단편적인 성능보다 장기적인 업무 수행 능력으로 인공지능의 성능을 평가해야 할 때다. 나는 그 과정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높은 수준의 지속성의 근원이 되는 ‘목적’과 ‘동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오랜만에 감성이 아닌 기술적 담백함으로 글을 써봤다.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찾아나갈수록 느끼는 건, 세상에 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답은 더 많은 문제들을 보여주기에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나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인간은 몹시 복잡한 존재이다. 인공지능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 두 가지에 대해서 균형을 잡기 위해서 필멸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하게 탐구하는 게 아니겠는가.
©️Alice Eggie 추상적인 AI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에서 참조하는 논문과 Ben West는 Nature의 최신 인공지능 관련 논문: AI could soon tackle projects that take humans weeks (link) 을 가리킵니다. Nature 논문의 내용이 궁금하시면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