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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의 권태, 그 너머를 바라보는 법

편리함이 주는 완성이라는 착각

by 범진
dalle_130535_69183.png 기술의 발전이 끝났다. 빙하 밑에서 잠든 돌고래가 되려나.


AI 기술은 점점 더 쉬워질까?


ChatGPT가 등장한 이후로 기술이 어느 정도 평정된 느낌이 들었다. 많은 기술적인 발전이 있었고, 지금은 대부분의 AI 모델이 ChatGPT에 사용된 트랜스포머 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논문들을 봐도 과거보다 쉬워졌다는 인상을 받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초기에는 단순했고,

중기에는 복잡해졌다가

지금은 다시 단순해진 것 같다.

기술이 성숙해진다는 건 아마 그런 상태일 것이다.


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시도는 계속 나타나지만, 본질적인 변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AI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SF 작품을 생각해보면, 완전히 새로운 설정이나 이야기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은 어디선가 본 듯한 요소들이 조합되어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신곡을 들어도 익숙한 멜로디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인류의 지식은 계속해서 쌓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대부분은 기존과 유사한 무언가로 나타난다. 글도 마찬가지고, 경험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비슷한 삶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반복되는 면이 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창작이든 기술이든 기존 것들을 모방하고 차용하며 발전해나가고, 결국에는 일정한 수준에 수렴하게 된다.


AI 기술도 예외는 아니다. 빠르고 눈부시게 발전해 왔지만, 요즘 들어서는 진짜 새로운 형태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매년 수만 편의 AI 논문이 발표되지만, 기존의 것을 재구성하거나 조합한 논문들이 대부분이고,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은 드물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나도 기술 발전에 대한 일종의 권태를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이 권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방법이 하나 있었다. 바로 어떤 대상을 더 깊고 디테일하게 바라보는 행동이다. 문제의식을 가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술이라는 것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지만, 그 해결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결함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발전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은 누구나 ChatGPT로 글을 교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글쓰기 보조 기술은 이제 완성된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AI는 아직도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전체적인 흐름이나 감정선, 뉘앙스를 완벽히 반영하려면 여전히 여러 번의 상호작용과 수정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AI가 추정해내고 그것을 기반으로 완성된 글을 만들어주는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사실, 편리함이라는 것은 때로 완성이라는 착각을 불러온다.

AI 기술은 점점 더 편리해지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이미 다 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편리함은 완성이라는 생각을 불러오지만,

편리함과 완성이 별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벽에 다가갔지만, 그 벽에 더 밀착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벽을 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야 한다.


계속 발전하려면,

억지로라도 아직 불편하다는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기술에 대한 권태에서 벗어나

매일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wwjprlbEbfCNI%3D 완성 속에서 태어난 새로운 생명

Image Credit: A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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