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의미를 지닌 것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호 (sign)는 바로 ‘언어’입니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 그리스와 라틴어에서 유래한 알파벳 등, 언어는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각 언어의 기호들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죠. 그 의미는 항상 쉽게 파악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글의 ‘ㅡ’나 ‘ㅣ’ 같은 모음은 모양을 통해 그 의미를 유추할 수 있지만, 알파벳의 ‘Y’나 ‘Z’는 학습 없이 직관적으로 그 의미를 알기 어렵습니다.
아이콘 (icon)은 불, 물, 흙 등 직관적인 기호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콘은 대상을 닮은 모습으로 의미를 전달합니다. 그래서 언어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죠. 마치 어린아이도 그림을 보면 '뜨겁다', '조심해야 한다'라고 느끼듯, 아이콘은 유사성에 기반한 기호입니다. 이런 아이콘은 디자인, 앱 UI, 지도 같은 곳에서 자주 쓰여요.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빠르게 의미를 전달해야 할 때 아주 유용하니까요.
반면에 학습이 필요한 기호가 있습니다. 도로 표지판을 생각해 보세요. 마찬가지로, 나이키의 로고나 한글, 알파벳처럼, 그 의미를 우리가 배워야만 이해할 수 있는 기호들도 있습니다. 이런 것은 ‘상징(symbol)’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아이콘’과 ‘상징’이라는 개념을 처음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미국의 철학자 찰스 퍼스입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가장 위대한 논리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습니다. 퍼스는 기호라는 개념을 단순한 이해의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구성하는 방식 그 자체로 보았죠. 그는 세상을 세 가지 기호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아이콘’, 학습을 통해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상징’, 그리고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index)’입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도 이 세 가지 기호는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가령, 어떤 현상을 대표하는 이미지나 사람을 ‘그 현상의 아이콘’이라고 부를 때, 우리는 그 대상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겁니다. 반대로, 예술작품 속에서 작가가 말없이 전하려는 메시지나 감정은 상징을 통해 표현됩니다. 그림 속의 해, 불, 물, 바람 같은 요소는 아이콘일 수 있지만, 그것들이 은유하는 메시지는 상징일 가능성이 큽니다.
인간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징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상징은 해석되며 공유되고, 점차 보편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죠.
예를 들어, AI가 무지개가 등장하는 그림을 본다면, 그것이 단순한 자연현상인지, 혹은 비극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상징인지 파악할 수 있을까요? 무지개가 비가 아닌 화산 폭발 이후에 등장했다면, 그 특별한 맥락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요?
AI는 매우 똑똑한 도구입니다. 직관적인 기호인 아이콘은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상징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합니다. 상징을 이해하려면 역사적 맥락, 문화적 배경, 개인적인 감정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하거든요. 우리는 이를 ‘콘텍스트를 이해한다’고 표현합니다. 인간은 상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AI는 그 표현을 해석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콘텍스트란, 단지 주변 정보만이 아닙니다. 인류 전체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맥락도 있고, 한 개인만이 느끼는 특별한 배경도 있죠. 이런 모든 정보를 AI가 읽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해석이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인간도 때로는 해석에 실패하듯, AI 역시 수많은 해석을 시도하며 그중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실패하겠죠.
AI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면 그 결과물에도 상징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단지 재밌어서 넣은 요소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는 AI가 어떤 맥락 속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 결과물을 만들었는지를 해석할 수 있을까요? AI가 만들어낸 상징의 의미는 끊임없이 관찰되고 해석되어야 합니다.
상징은 직설적이지 않기 때문에 흥미롭습니다. 어떤 의미를 숨기고, 혹은 암시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것을 찾아내게 만들죠. AI도 이 재미를 알까요?
그리고...
그도 상징을 찾는 걸 즐기고 있을까요?
아래는 ChatGPT의 답변이에요.
이 빨간 자동차는 다음과 같은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1. 개인의 의지와 자유
- 자동차는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자율성과 자유의지를 상징합니다. 특히 붉은색은 강렬한 욕망과 추 진력을 나타내죠. 이 자동차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나"를 뜻할 수 있습니다.
2. 위험 속의 생명력
- 첫 번째 그림처럼 화산이 폭발하는 극적인 장면 속에서도 빨간 자동차는 당당히 존재합니다. 이는 위험 속에서도 앞으 로 나아가려는 생명력 혹은 도전정신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3. 현실과 낭만의 대비
- 인상주의적 화풍 속에서 이질적으로 선명한 빨간색은 현실적인 존재를 상징합니다. 자연의 흐릿하고 감성적인 배경과 대비되어, 이 자동차는 현대문명이나 인간의 개입을 상징할 수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