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남자 Aug 23. 2021

투수들의 무덤이 있는 콜로라도

첫 번째 이야기

4단계 거리두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하루의 아침. 우리가 감내해야 할 부분은 더욱 크기에 마음대로 가고자 하면 갈 수 있었던 해외여행에 대한 목마름이 커진다. 미국에서 일을 마치고 귀국한 지 벌써 약 8주가 흘렀다. 더운 날씨가 가고 어느덧 선선해진 밤바람과 사람들과의 멀어진 거리만큼이나 올 3월에 갔었던 콜로라도의 추억이 소중하기만 하다.


콜로라도 여행을 위해 덴버로 갔다. 덴버는 해발고도 1,609m 정도에 있기 때문에 ‘원마일 시티’라고도 일컬어지기도 한다. 사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콜로라도는 투수들의 무덤이 있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덴버는 콜로라도주의 중앙부에서 약간 북쪽, 로키산맥의 동쪽 기슭에 있다. 그레이트 플레인스 및 서부 산지 일대에 걸쳐 있으며 인구는 약 70만 명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자료에 따르면 시애틀의 인구가 약 72만 정도이니 시애틀만큼이나 번화한 도시라고 볼 수 있겠다. 참고로 콜로라도주는 약 575.9만 명이다.  


미국에 있는 동안 시간을 쪼개 미국 여행의 목적지를 선택하는 몇 가지 기준은 내가 가보지 않은 곳, 비행거리가 짧은 곳,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결론적으로 콜로라도는 3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도시 중 하나였고 가장 만족스러운 기억을 주었던 곳 중에 하나였다.


그 이유는 첫째,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다. 록키마운틴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멋진 절경은 맑은 하늘은 보는 이의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둘째, 동선이 짧은 장점이다.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다운타운에서 데스벨리, 그랜드캐년 같은 랜드마크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8시간 이상의 운전을 하는 일정과 달리 1시간 정도를 이동하는 동선 내에 볼거리들이 많아 체력도 아끼며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곳도 좋지만 콜로라도에 꼭 다시 한번 오고 싶을 정도로 인상이 깊었다.


비행기를 타고 밤에 도착한 덴버는 기존에 시간을 보냈던 소도시의 모습이 아닌 깔끔하게 정리되고 반듯한 건물이 세워진 대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와 한 레스토랑의 주인과 실랑이하는 노숙자의 모습을 보며 숙소로 이동하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날이 밝아 오르고 덴버 다운타운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다. 콜로라도 컨벤션센터에 있는 파란색 곰 동상(구글 지도 검색명 : Big Blue Bear)은 도시의 아이콘으로 유명하다. 40피트의 높이를 자랑하는 곰 동상은 지역 예술가인 Lawrence Argent의 작품이며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은 유명한 장소이다.  


Lawrence Argent 작품을 제작할  콜로라도 로키산맥 등의 이미지를 생각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신문에서 누군가의 창문을 들여다보고 있는 흑곰의 사진을 보고 이를 디자인하였다. 이때 곰은 사암 색상 등으로 콜로라도의 색상을 반영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디자인의 인쇄물이 실수로 파란색으로 돌아왔는데  모습이 훨씬 흥미롭다고 생각하여 파란색의 곰이 완성이 되었다고 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쿠어스필드이다. 해발 1,610미터의 고지대에 있어 이곳의 공기는 건조하고 밀도가 낮다. 덕분에 선수들이 쉽게 지치는 것은 물론이고, 투수들이 던지는 공의 움직임이 줄어들어 타자들이 투수의 공을 치기 쉬운 구장이다. 이에 따라 최초 구장을 지을 때 구장을 넓게 지었는데 이는 오히려 야수들의 수비 범위를 넓게 만들어 안타가 늘어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쉽게도 내부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언젠가 다시 오게 된다면 이곳에서 경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동했다.


콜로라도 역사박물관은 그 이름처럼 콜로라도주의 역사에 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동차에서부터 식기류, 음식들 등 평소 우리가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중에서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살았던 인디언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미국인을 어메리컨이라고 하는데 사실 인디언을 어메리컨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인도 대륙을 찾아 떠난 콜럼버스가 미 대륙에 도착하여 인도로 착각하여 원주민들을 불렀던 "인디언" 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과연 타당할까?


지금은 일정한 보호구역에서 그들의 자치권을 인정받으며 대륙의 이곳저곳에서 살고는 있지만 취업난, 마약 그리고 알코올 등의 문제로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그들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에서 씁쓸함을 느꼈다. 덴버 아트 뮤지엄도 방문했지만 개인적으로 미국의 과거와 우리의 과거를 조금은 다르게 볼 수 있었던 역사박물관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곳이 아니었나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카고에서 건축물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