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꿈이 뭐야. 나, 60살까지 라이더로 사는 것.
누군가 나에게 꿈이 무어냐고 물었을 때 어떤 지위나, 경제적인 목표가 아니라, ‘60살까지 사이클을 타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은 그 누가 곁에 있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은 오로지 자전거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전거는 정직했다.
간만큼 돌아와야 했고 며칠이라도 거르면 엉덩이가 아팠다. 날렵한 그것 위에서 해이해진 몸뚱이는 금방 드러나서 끊임없이 관리를 해야 했다. 딴생각이 잠시 스쳐가느라 시야에 힘을 풀다간 작은 돌조각에, 미처 보지 못한 모래와 흙에, 마감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턱에 미끄러지기 십상이었고, 그렇게 자빠지는 날에는 보호구를 뭘 찬다한들 몸뚱이가 아스팔트 위에 그냥 내동댕이 쳐질 것이었다. 그렇게 반복된 고통과 노출된 위험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텅 빈 느낌이 들 때마다 더욱더 자전거에 매달렸다. 목적지가 딱히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안장 위에서 내딛는 페달을 계속 젓다보면, 어딘가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생채기처럼 남아 있는 어떤 과거의 실패한 사랑의 끝도, 무언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간절한 내 꿈들도, 기댈 곳 하나 없었던 불안정하고 버거운 내 인생이 어딘가에는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퍼부을 정도의 폭우, 영하 5도 이하의 혹한기, 계속된 장마, 눈으로 봐도 누런 빛의 미세먼지가 아닌 다음에야 나는 되도록 매일, 빠지지 않고 자전거를 탔다. 보슬보슬한 빗방울에 무너져선 안된다고 끌고 나갔다가 클릿슈즈가 양푼이가 될 정도로 쫄딱 젖어 돌아온 날도 있었다.
나는 갈대가 은보라 빛을 띤다는 것을 처음 보았고, 아침에는 새벽이슬을 머금고 있던 풀들이 내 걸음걸음마다, 분무기처럼 내 종아리를 향해 수분을 뿜어내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태양 아래 빛나는 그 모든 것들 앞에서, 나는 오만할 수 없었다. 또 그것들이 불볕 같은 더위로 회갈색의 잔해가 될 때까지 보면서 나는 숙연해졌고, 그렇게 진실되고 단단한 삶을 살자고 매일같이 다짐했다. 계속 가다 보면, 진짜가 되겠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