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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NDI Feb 24. 2018

빠르게 성장하는 핀테크 서비스 만들기

Spectrum Con 방문기 #1


Toss의 남영철 님께서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좋은 인사이트를 말해주셨습니다. 동시에 너무나 에너지가 넘치는 분위기를 만드셔서 듣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결국 성장이란, 서비스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겠지만, 집중을 통해 불필요한 행위와 요소를 최소화하며 서비스를 키워나가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구멍 뚫린 항아리에 빗대어 성장을 설명해주신 내용을 '제가 이해한 대로, 나름대로' 정리해봤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핀테크 서비스 만들기 

남영철 / Toss 



성장이 뭘까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저는 처음에 “돈을 쏟아부어서 TV광고를 하면 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돈이 없기 때문에 성장하기 힘든 거라고 생각했죠. 사실 성장은 ‘구멍 난 항아리에 물 채우기’입니다. 


구멍 난 항아리 = 제품   /   물 = 사용자


구멍 난 항아리가 있습니다. 이 항아리는 제품입니다. 여기에 붓는 물은 사용자죠. 흔히들 성장의 개념을 ‘앱 설치’로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성장, 즉 구멍 난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과정을 통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물을 넣는 것 = 앱 설치 

구멍에 들어가지 않고 새는 물 = 가입하다가 포기 

구멍 속으로 들어간 물 = 가입 완료 

밖으로 새는 물 = 이제 안 씀 

남아있는 물 = 실제 사용자 


 


앱 설치가 성장이 아닌 이유는, 깔았다고 다 써보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항아리의 주둥이에 모든 물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또한 들어갔다 하더라도 구멍을 통해 새 버리기 때문이죠. 주둥이와 구멍을 각각 가입전환율과 잔존율로 어렵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주둥이: 가입 전환율 Activation Rate = 가입이 얼마나 쉬운가 

구멍: 잔존율 Retention Rate = 한번 쓰면 계속 쓰는가 



결국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둥이를 넓히고 , 구멍은 메워야 합니다.  


 



결국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둥이는 넓히고, 구멍은 메워야 합니다. 성장하지 못하는 제품은 주둥이가 좁고 구멍이 넓고, 성장하는 제품은 주둥이가 넓고 구멍이 작습니다. 성장하지 못하는 제품에 마케팅(물을 들이부어주는 것)을 하면, 마케팅 시점에는 사용자가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죠. 주둥이가 작고 구멍이 큰 항아리에는 물을 채울 수 없습니다. 잠깐 채워진 것처럼 보일 순 있겠지만요. 반대로 성장하는 제품에는 마케팅을 해도 괜찮습니다. 채우는 대로 금방금방 차오르고 덜 샐 것이기 때문이죠. 다만 새는 물 보다 더 많이 부어야 합니다. 



주둥이를 넓히기 = 가입을 쉽게 하기 

구멍을 메우기 = 한번 쓰면 계속 쓰게 하기 


 


참 쉽죠? 쉬워 보이지만, 금융서비스는 특히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태생적으로 주둥이는 좁고 구멍은 크기 때문이죠. 

 

좁은 주둥이: 험난한 가입 과정(ARS 인증, 공인인증서 만료, 보안 프로그램, 넷스케이프 6.0 지원 안 함, 많은 약관들... 오늘 내로 가입할 수 있을까?) 


큰 구멍: 각종 어려운 개념과 사용법(ELS, DLS, CMA, ISA, ETF, 매수, 매도, 피보험 등 어려운 개념들과 사용법)



게다가 스타트업은 신뢰가 없다. Toss를 시작한 뒤 몇 년간은 꼭 이런 글이 있더군요. 


듣보잡 회사가 내 돈을 빼간다고? 위험하진 않을까? 편한 거 찾다가 다 털린다. 


 

 토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도 성장하기 위해 주둥이를 넓히고, 뚫린 구멍을 좁히며, 빠져나가는 물 보다 더 빨리 물을 붓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저희의 제품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Simplicity, 단순성 = 너무나 단순해서 고민 없이 본능적으로 쓸 수 있는 것. 


1번. 한 페이지에는 한 가지만 

2번. 뭘 누르면 될지 명확하게(CTA) 

3번. 단 한 번의 터치도 줄이기 

4번. 질문은 3초 안에 대답할 수 있게 

5번. 이해하기 쉬운 개념 

6번. 로딩을 없애버리기 

7번. 최소한의 기능 

8번. 최소한의 정책 



 

주둥이를 크게 하기 =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상태 만들기 


앱의 모든 화면에서 뭘 누르면 될지 명확하게 만들었습니다(CTA). 그리고 단 한 번의 터치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질문은 3초 안에 대답할 수 있어야 했고요. 이런 모든 노력은 결국 서비스를 쉽게 시작하는 데 있었습니다. 

 



뚫린 구멍을 최대한 작게 = 쾌적하고 쉽게 


이상하게 모든 금융 앱에는 로딩이 있습니다. 어떤 곳을 눌러도 로딩이 있죠. 저희는 로딩을 아예 없앴습니다. 송금이 완료되는 그 순간이 Toss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로딩이죠. 또한 각종 어려운 금융 단어를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만들었습니다. 같은 의미지만, 이해하는 데는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모든 노력이 서비스를 쾌적하고 쉽게 만듭니다. 



 

빠져나가는 것보다 더 빨리 물을 붓기 = 마케팅+신뢰 


단순히 마케팅뿐만 아니라 저희는 스타트업이기에 신뢰가 필요했습니다. 그런 대표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24시간 고객센터를 운영했습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보안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서비스 론칭 이후 단 한 번의 보안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제품 원칙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주둥이는 크게, 즉 쉽게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구멍은 작게, 즉 쾌적하고 쉬워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빠져나가는 것보다 더 빨리 물을 붓습니다. 즉,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집중입니다. 여러분이 하는 일이 주둥이를 넓히는 일인가, 아니면 구멍을 막는 일인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둘 다 아니라면 도대체 왜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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