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을 바꾸는 사람들(2)_홈스쿨러 임채연 위원
<미래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인천광역시 미래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미래교육에 대해 어떤 꿈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임채연 위원(17세)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어머니가 자원활동에 열심이었기 때문이었다. 임채원 위원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꽃도 심고 쓰레기도 줍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멘토가 누구인지를 묻자 서슴없이 임채연 위원은 봉사활동의 길을 처음 열어주고 지금도 자신의 청소년활동을 열렬히 지지해주는 어머니라고 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뻔한 봉사활동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몇몇 뜻맞는 친구들과 함께 1학년 때 봉사 동아리 <청바지>(청소년이 바라는 지역사회)를, 2학년 때 <나비> 청소년봉사단을 만들어 활동했다. <나비>는 <청바지> 2.0인 셈이다. <나비>는 나비효과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이름인데, <'나'에게서 '비'롯되는 변화의 시작>이라는 뜻을 담았다. <나비>의 대표 활동은 기부 트리. 3주 동안 학생과 학부모가 기부한 물품을 트리 모양으로 쌓았다가 기부한다. 처음 기부트리 캠페인을 시작할 때 오가는 사람이 많은 중앙 현관에 설치하고 싶었는데, 불편을 걱정한 교장 선생님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다섯 번을 찾아뵙고 허락을 구하니 교장 선생님도 결국 허락했다고 한다. 진심이 통했다고나 할까.
이 같은 봉사활동을 높이 평가해서 임채연 위원은 제22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2020년,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 주최)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처음 어머니를 따라 엉겁결에 시작할 때는 봉사는 '내 것을 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봉사를 달리 생각한다고 한다.
"봉사는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 혼자 내가 가진 것을 내어놓은 것보다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참된 봉사라고 생각해요. 기부트리도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자원봉사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도 나중에 들어보니 이런 의미의 봉사가 높이 평가되었다고 해요."
임채연 위원의 다음 단계 봉사활동은 기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어른들은 자기가 원하는 곳 여기저기 기부할 수 있지만 용돈을 타서 생활하는 청소년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생각한 게 아무리 적은 액의 기부금이라도 자기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비율만큼 나누어서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 같은 기부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청소년들이 도움이 필요한 사회문제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기부도 하고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는 거죠."
임채연 위원은 학과 공부와 활동 이외에 기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공부도 하고 있다. 플랫폼 비지니스 관련 책도 보고 기부 관련 책도 읽는다. 여건이 되면 플랫폼 개발을 위해 코딩도 배울 생각이다.
임채연 위원은 왜 고등학교 진학이 아니라 홈스쿨링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그 선택에도 청소년활동이 주는 보람과 재미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저는 청소년활동이 정말 재미있고 행복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청소년활동보다는 학과 공부에 매달려야 하잖아요. 저는 학과공부도 중요하지만 청소년활동을 통해 배우는 게 진짜 공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학과공부와 청소년활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홈스쿨링을 하기로 했어요."
늘 임채연 위원의 결정을 믿고 지지하는 부모님은 별 반대없이 홈스쿨링을 허락하셨지만, 임채연 위원을 아끼는 몇몇 학교 선생님은 홈스쿨링의 어려움과 실패 가능성을 내세워 자사고 진학을 적극 권했다고 한다. 홈스쿨링을 스스로 결정했으니, 그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임채연 위원의 몫이었다. 임채연 위원은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 유학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영어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학력 인정의 미국 홈스쿨링 지원 서비스를 선택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스스로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 날이 많아서 거의 매일 속상해서 울었어요. 하지만 이제 제가 정한 일과표대로 생활하는 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많이 힘들어요. 6시에 일어나 아파트 단지 안 피트니스센터에서 간단히 운동하며 잠을 깨운 뒤 7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학과 공부를 해요. 그 뒤로는 제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고요."
부모님은 임채연 위원의 일과를 간섭하지 않고 오롯이 딸에게 맡겨둔다고 한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부모님이 도울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고 한다. 매일 진도에 맞춰 동영상 강의를 듣고 시험도 보고 과제도 제출한다고 한다. 시험도 온라인으로 진행하지만, 시험 전에 양심 서약을 하고 커닝을 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이 당찬 청소년활동가 임채연 위원의 꿈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꿈에는 동사형 꿈과 명사형 꿈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 무엇이 되고 싶다는 명사형 꿈은 없어요. 부모님도 제가 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고요. 제 동사형 꿈은 나에게서 비롯해서 세상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거예요. '나비' 활동처럼 나로부터 비롯되는 좋은 영향력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에요."
인천광역시 청소년참여위원회 활동을 통해 만난 박승우 선배(1기 부위원장)에게 인천광역시 미래교육위원회를 소개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전문가와 어른이 대부분이라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청소년청년분과위원회가 따로 설치되어서 안심도 되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1기 미래교육위원회 활동을 보니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활동과는 다르더라고요. 청소년 활동은 제안과 모니티링 수준의 활동인데, 미래교육위원회는 여러 분야로 나누어서 실제 대안을 만들어서 훨씬 더 전문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임채연 위원은 미래교육위원회 활동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두 가지 목표가 있단다.
"우선 청소년이 좀 더 편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의 교육이 싫다고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마음에 안 들면 떠나지 말고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바꾸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2기 국가교육회의는 어린이·청소년의 참여로 "어린이·청소년 교육·문화 권리선언"(2019.10.23)을 한 바 있다. 임채연 위원의 소망이 이루어져서, 인천광역시 미래교육위원회 청소년·청년분과위원회가 인천 청소년의 목소리를 모아서 "인천 어린이·청소년 미래교육선언"을 하는 장면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