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이상인의 디자인 연작을 읽고
디자이너 이상인의 디자인 연작은 모두 세 권인데,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Shift>,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 New Horizon>, <디자이너의 접근법; 새로고침>이다. 그 중 내가 처음 만난 책은 <새로고침>이다.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함께 등반한 지인이 봉천동에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한달에 한번 거기서 모임을 했다. 탄자니아 선교를 다녀온 친구 부부의 경험을 책으로 내기 위한 기획모임이었는데, 지인은 곧 카페를 정리한다며 카페에 있는 책 중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져가도 좋다고 했다. <새로고침>을 보면서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막내딸이 보면 좋겠다 싶어 챙겼는데, 머리말과 목차를 보고 나부터 읽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읽다가 앞서 낸 두 권의 책 내용이 궁금해져 첫번째 책부터 차례로 읽게 되었다. 틈틈이 연작을 읽었고, 오늘 세번째 권 <새로고침> 읽기를 오늘 마쳤다.
이상인은 디자이너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고, 디자인은 유무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또는 결과라고 정의한다. 이 같은 정의에 따르면, 공익기획자는 공익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니 또한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의 디자인을 처음 만난 것은 아이디오(IDEO)를 통해서였다.
내가 올마이키즈 상임이사로 활동할 때 함께 이사였던 친구는 활동가 역량 강화 워크숍을 주도하면서 IDEO 툴킷을 활용하였다. 그 뒤 <아이디오는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 스탠퍼드 디스쿨 창조성 수업> 등 관련 책을 찾아서 읽었고, 공부가 이어지면서 디자인싱킹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는 주변 활동가에게 새로운 문제해결 방법론인 디자인싱킹을 소개하고 권유하고 기회가 닿으면 워크숍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22년 한해동안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 활동가들과 함께 디자인싱킹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공익기획자로서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사회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공부도 필요하지만 솔루션을 찾는 방법으로서 디자인 공부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이상인 디자인 연작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특히 도움이 되었던 점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다룬 둘째 책이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풍부한 사례를 통해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무리 공부해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따라갈 수 없을테니 이제 잘난 척 그만하고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가진 무한한 문제해결 능력을 가로막는 우리 교육 현실의 문제를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미래교육을 이야기하기에는 내가 너무 나이든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