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의 주저리 3
누군가가 고민을 꺼내놓는다면, 그것을 듣는 이는 그 속에서 느낀 상대방의 감정을 보듬어주거나 해결책을 같이 고민함으로써 주로 반응한다. 일상 중에서도 부정적인 사건을 공유하는 일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말하는 사람과 그걸 들어주는 사람 모두 피곤하지 않으려면.
너무 의존적이지도 않고 또 너무 독립적이지도 않은 딱 그 적당함을 유지하는 일은 어렵다. 그렇기에 고민을 털어놓을 때 남에게 섣불리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전가하지 않고 자신이 편하고자 남의 시간을 함부로 빼앗지 않는 태도는 멋있다. 오히려 부정적인 사건을 공유해주어 고맙고 정말로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진지하게 상대방의 고민에 동참하게 된다. 한편, 문장으로 직접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상대방이 감정만을 보듬어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고, 외려 해결에 대한 조언을 바라는 사람도 있다. 때문에,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고민을 들어주고 반응하는 사람은 멋있다.
고민을 말하거나 들어주는 데 있어 이러한 태도가 자연스러운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나 멋있어서 눈길이 가게 된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사사로운 일상의 것들을 공유하기 마련이고, 상호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서 그 과정이 말하는 이와 들어주는 이 모두에게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를 요즘 절실히 느낀다. 나에게 자신의 고민을 배려심 있게 말해주고, 나의 고민을 배려심 있게 들어주는 이들을 통해 또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이렇게 멋있는 사람들이 나의 가까이에 있어 참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나 또한 이들의 고민을 멋있게 들어주고, 나의 고민을 멋있게 들려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