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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poom Mar 30. 2020

궁색한 취향

부품의 주저리 2

소비와 같이 직접적 경험이든 누군가에게서 영감을 받는 경험이든 아무튼 경험이 누적되면 취향은 구체화되는데, 취향은 곧 자신을 설명하는 수식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사람, 얽힌 일화가 있다면 꽤 명료하게 소개할 줄 알고 취향이라 주장하는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친구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일은 재미있다. 요즘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세계가 좀 더 선명해짐을 느낀다. 나도 괜히 내 몸과 마음에 갖다 대어 보기도 한다. 취향을 공유하는 일은 관계를 결속시키는 듯하다. 그 사람의 취향과 비슷한 것을 발견하게 되면 은근하게 넌지시 말도 걸 수 있어서 좋다. 반대로 나의 취향을 나에게 의미 있는 자들이 알아봐 기억해주고, 어쩌다가 지나가다 마주한 물건, 음악, 영화, 풍경들과 나를 연결 지어 생각해주면 기분이 좋다. 설사 비껴간다 한들 나의 취향은 그렇게 확장되기도 재정립되기도 한다.

생활에 쫓겨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등한시하게 되면 취향은 점점 궁색하게 변한다. 또 타협해버린 취향에 따른 결과물은 추후에 종종 나를 난감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너무나 갖고 싶었던 귀걸이, 그릇 같은 소품을 가격 때문에 비슷한 외양의 것으로 대체해버린 일이 그에 해당된다. 방금 그것들을 발견하고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타협했지만 대체되지 않는 경우에 마음은 꽤 쓰리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물건은 보일 때 사놔야 한다는 게 맞다는 걸 되새긴다. 궁색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되지 않도록 치열하게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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