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이발관(2008) : 아름다운 것, 작은 마음
간혹 어떤 음악은 들었던 시절과 더불어 마음속에 각인된다.
나에게 있어 Radiohead, Portishead의 몇 곡은 어느 여름날의 매미 울음소리 그리고 선풍기 바람과 덧붙여서 기억되고, Esbe, Parov Stelar, Plej, Zero 7의 몇 곡은 혼란하고 부지런했던 겨울날과 함께, 박지윤, Jill Scott, The Internet의 몇 곡은 축축하고 쓸쓸했던 시애틀의 공기와 같이, Chet Baker, D'Angelo, Phonny PPL의 몇 곡은 바르셀로나에서의 벅차면서도 긴장된 여행과 함께 기억된다. 또 Daniel Ceasar, Disclosure, Frank Ocean의 몇 곡은 맷집과 비위가 한껏 늘어나던 프놈펜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FKJ, Tom Misch의 몇 곡은 지겹게 무더웠지만 설레고 행복했던 어느 여름의 기억과 함께 한다. 작년 봄 정신없이 바쁘던 나와 같이 있어줬던 Alabama Shakes, 같은 해 여름의 공기와 어울렸던 Amy Winehouse 외에도 나의 기억을 풍부하게 만들어준 음악들은 여럿이다.
요즘 내 삶의 배경음악을 꼽으라면, 언니네 이발관의 "아름다운 것"과 "작은 마음"을 택하겠다. 사실 이 음악을 들은 지는 꽤 오래되었으나, 발견된 시기와 더불어 음악은 기억되기보다, 그 음악이 나의 마음에 동할 때야 비로소 음악과 시절은 맞닿아 각인된다. 언니네 이발관 두 음악의 노랫말 모두 한 때 치열하게 품었던 대상에 대한 망각을 얘기하고 있다. 더 정확히는 아름다운 것을 잊어야 해서 슬프고, 정작 실제로 잊게 되니 슬퍼지는 그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휑한 나뭇가지 같은 음악이라서 겨울이라는 이 계절에 딱인 듯싶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 오는 봄에는 새로운 잎이 그 빈 곳을 채워줄 것이라 믿으니, 이 두 음악은 나에게 있어 그리 황량한 느낌은 아니다. 두 음악의 어느 부분에서 내 마음이 동했는지 나는 쉽사리 알기 어렵고, 오히려 그 고찰은 음악의 감상을 방해하는 수준이 될 정도로 이 두 음악은 너무나 좋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났을 때 지금 이 시절은 언니네 이발관과 함께 내 마음에 각인되리란 예감이 든다. 이 글 첫 문단 속 문장들처럼, 나의 지금과 언니네 이발관은 어떤 수사로 묘사될지 기대된다.
1. 언니네 이발관 : 아름다운 것(2008)
2. 언니네 이발관 : 작은 마음(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