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그릇 by 박라연

by 버리



상황 그릇

by 박라연


내 품이
간장 종지에 불과한데

항아리에 담을 만큼의 축복이 생긴들
무엇으로 빨아들일까

넘치면 허공에라도 담아보자 싶어
종지에 추수한 복을 붓기 시작했다

붓고 또 붓다보니
넘쳐흐르다가
깊고 넓은 가상 육체를 만든 양

이미 노쇠한 그릇인데도
상황에 따라 변하기 시작했다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져줄 때의 형상이 가장
맛, 좋았다

허공에도
마음을 바쳐 머무르니
뿌리 깊은 그릇이 되어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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