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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오리엔테이션

첫 출근 후 두 번째 주는 회사 오리엔테이션 위크였다. 지난주에 입사한 사람들이 대상이었는데, 3일 동안 오전에는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오후에는 각자 부서로 돌아가 일하는 스케줄이었다.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입사 동기들과 회사 생활에 대한 기본 정보를 듣고, 단체 사진도 찍고, 건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시설을 구경했다. 회사의 역사와 비전, 주요 프로젝트들에 대한 소개도 있었고, 사무실 곳곳에서 회의실 예약 시스템, 복지 시설 이용 방법, 보안 규정 같은 사용 규칙들을 안내받는 시간도 꽤 많았다.


첫날, 나를 포함해 대략 15명 정도가 모였다. 다 같이 건물을 한 층씩 올라가며 부서 공간과 프로젝트 팀들을 둘러봤는데, 가장 신기했던 순간은 내가 정말 좋아하던 게임 개발 팀 공간을 지나갈 때였다. 내가 밤새 플레이하던 그 게임의 로고와 포스터, 유명 캐릭터들이 벽에 가득 붙어 있는 걸 보니 '와, 여기서 만들어졌구나' 싶었다. 심지어 게임 속 캐릭터들을 실물 크기로 만들어 놓은 피규어들도 여기저기 전시되어 있었다. 이제야 정말 이 회사에 입사했다는 게 실감 났다. 아직도 약간 꿈같은 기분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플레이어로서 이 게임들을 즐기던 내가, 이제는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투어가 끝나고 PC실에서 웰컴 키트를 받았다. 여러 굿즈가 들어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건 내 이름과 회사명이 새겨진 게임 컨트롤러였다. 나머지는 뭐… 평범한 것들이었지만 회사 로고 티셔츠와 컨트롤러는 정말 오래 간직하고 싶은 기념품이었다. 특히 컨트롤러는 디자인도 세련되고 품질도 좋아서 실제로 게임할 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회사에서 직원들의 게임 플랫폼 계정에 자사 게임 전부를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해줬다. 사실 이 회사에 합격하고 급 애사심이 넘치기 시작해서 최근에 회사 게임 몇 개를 유료로 더 구매했었다. 근데 이렇게 무료로 주는 줄 알았다면… 살짝 허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회사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산 거니까. 그 외에도 웰컴 행사, 프로필 사진 촬영, 사내 연례 행사, 헬스장에서의 요가 레슨 같은 이벤트들이 계속 이어졌다.


점심시간에 동기들과 밥을 먹으면서 두 명과 특히 친해졌다. 한 명은 휴대폰에 BTS 사진이 가득했고, 또 한 명은 떡볶이와 빅뱅을 좋아한다고 했다. 듣고 보니 K-컬처가 정말 전 세계적으로 대단하다는 걸 실감했다. 20대 중반쯤 되는 친구들이었는데, 한국 음식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진심이었다. 한국 드라마도 넷플릭스로 다 챙겨본다고 했고, K-팝 콘서트가 있으면 꼭 가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게임회사 직원들이라 그런지 서브컬처와 동양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은 것 같았다. SNS를 보면 한국식 고깃집이나 잡채 같은 한식 레시피를 직접 해 먹는 모습을 몇 번 보다 보니 이젠 놀랍지도 않다. 심지어 한글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에 와서 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며 알 수 있었던 것은, 30대 중반 이상의 사람들은 확실히 일본 문화를 더 선호하고 20~30대 초반 직원들은 요즘 뜨는 한국 문화에 더 열광한다는 것이다. 세대별로 문화 취향이 이렇게 뚜렷하게 나뉘는 게 흥미로웠다.


오후가 되면 각자 자리로 돌아가 부서 업무를 시작했다. 나는 회사 자체 게임 엔진에 적응하는 시간이었는데, 유니티나 언리얼 같은 상용 엔진이 아니라 회사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보니 구조도 약간 다르고 문서도 외부에서는 볼 수 없는 스타일이라 꽤 낯설었다.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팀원들에게 질문을 많이 해야 했는데, 그때 알레한드로라는 동료가 많이 도와줘서 팀원들 중 가장 먼저 친해지게 되었다. 알레한드로는 이 엔진을 2년째 다루고 있어서 기본적인 사용법을 잘 알고 있었고, 설명도 알기 쉽게 잘해줬다. 덕분에 혼자 헤맸다면 며칠은 더 걸렸을 부분들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첫 2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자체 엔진을 익히는 데 보냈고, 이제 서서히 일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회사 시스템도 어느 정도 파악했고, 주변 사람들과도 조금씩 친해지면서 낯선 느낌도 많이 사라졌다. 기술적으로도 습득할 게 많았지만,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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