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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원들을 소개합니다

(팀원 소개는 어느 정도의 각색이 들어갔음을 밝힙니다)


우리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여러 팀으로 나뉘어 일하고 있고, 나는 그 중 한 팀에 소속되어 있다. 우리 팀은 나를 포함해 총 4명의 개발자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 팀의 업무를 매니징해주는 매니저 한 명과, 기술적으로 어려운 난관에 부딪혔을 때 해결을 도와주는 테크 리드 한 명이 있다. 물론 매니저는 우리 팀 외에도 다른 팀들을 함께 관리하고, 테크 리드 역시 여러 프로그래밍 팀을 서포트하고 있다.


하비에르

우리 팀을 관리하는 매니저다. 엘살바도르 출신으로 10년도 훨씬 넘게 전에 캐나다로 이주해 왔고, 지금은 캐나다 시민이 되었다. 여러 사람들과 무난하게 잘 어울리고 유머 감각도 제법 있는 편이다. 나한테 어려운 업무를 맡길 때면 꼭 콩글리시 한국 표현인 '화이팅'을 외쳐주는데, 그럴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처음 회사에 적응할 때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줬는데, 물론 그게 매니저의 본래 업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예전에 한국을 여행했을 때 먹었던 감자탕을 아직까지도 그리워하면서 언젠가 다시 한국에 가면 꼭 먹어야겠다고 말하곤 한다.


벤자민

캐나다 퀘벡 토박이 시니어 프로그래머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랴, 집에서 세 아이를 돌보랴 일상이 늘 바쁘다. 그의 모습을 보면 왠지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자상한 아버지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의 서툰 프랑스어도 늘 잘 받아주고, 팀원들 중에서 나와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것을 가장 즐기는 사람이다. 가끔 프랑스어로 이야기하다 내가 막히면 천천히 기다려주거나 쉬운 표현으로 다시 설명해주기도 한다. 나중에 프랑스어 실력이 더 늘면 이 친구와 프랑스어로 더 많은 수다를 떨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라파엘

미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미드레벨 프로그래머다.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캐나다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프로젝트 중반에 우리 팀에 합류했는데, 그 전까지 빠듯하게 돌아가던 팀 업무가 이 친구가 온 이후로 눈에 띄게 나아졌다. 업무 분배도 더 원활해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팀 분위기도 한결 좋아진 것 같다. 이후 에피소드에서 후술하겠지만, 이 친구는 게임 덕후에 케이팝 덕후이기도 하다. 가끔 점심시간에 최신 게임 이야기나 케이팝 신곡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기도 한다.


알레한드로

브라질에서 온 주니어 프로그래머다. 라파엘과 마찬가지로 석사를 캐나다에서 하고 그대로 취업한 케이스다. 머리는 분명 똑똑한데 옆에서 누가 푸시하지 않으면 약간 느슨해지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내가 종종 잔소리를 하는 편인데, 다행히 이 친구도 그걸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놀라운 점은 이 친구가 동아시아 문화를 지나치게 사랑한다는 것이다. 전생에 동양인이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동아시아 문화에 심취해 있다. 같이 점심을 사먹으러 나가게 되면 거의 무조건 아시아 음식점만 고집한다. 중식, 한식, 일식, 태국 음식 등등 아시아 음식이라면 뭐든 좋아한다. 가끔 보면 왠지 동양인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한데, 이건 온전히 내 추측이긴 하다. 라파엘과 마찬가지로 게임 덕후에 케이팝 덕후여서, 이 두 친구가 만나면 게임과 케이팝 이야기로 끝없이 대화가 이어진다.


에릭

회사 초창기부터 25년 이상 장기 근속한 베테랑 테크 리드다. 말 그대로 회사의 산 증인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벤자민과 마찬가지로 캐나다 퀘벡 토박이이기도 하다. 늘 후배 프로그래머들을 잘 도와주고, 특히 기술적으로 난관에 부딪혔을 때 웬만한 문제는 다 해결해준다. 에릭에게 도움을 청하면 일단 차분히 문제를 들어보고, 때로는 직접 코드를 들여다보면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준다.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엄마 같은 존재랄까. 기술적 깊이도 깊지만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도 훌륭해서, 나중에 경력이 더 쌓이면 나도 저런 테크 리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이렇게 우리 팀원들은 각자 태어나서 자라온 배경도 다르고 말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서로 사이좋게 잘 어울리면서 협력하며 일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배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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