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으키는 말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본 그 아이는
마치 인형처럼 얼굴이 하얗고 눈이 커다랬다.
일본어 수업시간, 선생님이
문화 체험으로 유카타를 가지고 오셨을 때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친구에게 입어보기를 추천했다.
그 모습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는 엄청 친한,
둘도 없는 친구까지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도 가끔 카톡으로 안부를 묻고
일 년에 한 번쯤은 만나서
밥을 먹는 사이로 남았고
마지막으로 만난 때는
먼저 엄마가 된 나와 함께 출산을 고민하는
그런 30대 여성들이 되었다.
미술을 전공한 그 아이는 지금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으로,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어쩌다 보니 우리가 둘 다 생각지 못하게
교단에 서게 되었다는 것도
지금까지의 공통분모가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이런저런 그런 이야기들을 끝낸 그날도
이제는 헤어질 때도 쿨한 나이가 된
우리가 되어 뒤돌아서려는데
무심하게 툭 흘린 그 한마디가 또 남았다.
"열심히 살다가 또 만나자."
친구를 만나는 것도 사치 같아져 버린
출근과 퇴근, 육아와 집안일
어떤 책임들로 점철되어 버린
일상에 묻혀 살다
올해 안에는 또 만나기가 힘든 거란 걸
우리는 서로 알고서
그렇게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열심히 살다 보니 시간이 흘렀고
열심히 산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현실에 넘어지고 그렇게 마음이 죽은 것처럼 살다가도,
그런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뜨일 때가 있다.
그래도 네가 좋았어. 네가 괜찮았어.
열심히 살고, 다음에 또 보기로 해.
별 것 아닌 것 같은 그런 말들이
막힌 숨을 내쉬게 하는 것 같았다.
오늘도 내일도, 그 모레도 그렇게 버텨내기로 해.
그리고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