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고 평화로운 오늘날들

어느새 연말이

by 불주먹


일 년 내내

회사에 가면

누군가 내려놓아 드립 커피로

눈꺼풀 위에서 덜 깬 잠을 겨우 떨쳐


초겨울 성급한 해가 져갈 무렵엔

살아있음을 그래도 한 번 느껴보려

바스락 낙엽 타는 내음이 섞인 듯한

맑고 찹찹한 공기 힘껏 들이 보았다.


애나 어른이나

그래도 돈이 최고라며 흥분하거나

혹은 체념하는 대가 아니라,


사랑밖에 모른다고 외쳐대던

2000년대의 감성 그립가도


그래도

지금도

무엇이 옳은 것인지는 안다

어린아이들과

눈빛이 통할 때의 오묘한 느낌,

그럴 때는 나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이 느껴졌다.


타인으로 만나

여전히 타인이지만

(지금은 그에게 1순위라는)

우리 아기가 태어날 때,

엄마를 너무 고생시킨 게 미워서

꿀밤 한 대 때리고 싶었다던

아기 아빠 집에 오고

좁다란 집에 셋이 다시 모여

따뜻한 저녁을 보내다가도


지금 무엇보다 소중게 느껴지는

누구도 없는 고요한 집을

정리하며 혼자 있는 가끔의 시간이 감사하다.


매일 오전 8시

오후 10시까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그러나 총알 같은 하루를 꾹꾹 삼키다가

아니면 저 슬퍼할 일이 없이 흘러갔음에

다행이라 여기다가


그러다가 멋모르는 서른다섯

일 년도

무심히 지나갔다.

가는 것을 마주 보며 안녕해야지.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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