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기억들
초코파이 맛이 예전만 못했다. 명백하게. 예전에는 무심코 순식간에 서너 개를 해치워 버리곤 했는데.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직감했다. 두 개 이상은 무리라는 걸. 단 맛을 싫어하진 않는다. 군것질은 삶의 활력소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생각했다. 형편이 여유로워지니 배때기가 불렀나 하고. 신빙성 있는 추측이었다. 적어도, 생각 없이 먹던 것들은 질려가던 참이므로.
추억 속에 있는 그 맛이 미화된 건 아닌지 되짚었다. 하지만 지난주에도 맛있게 먹던 그 맛은 너무 익숙한 종류의 것이었다. 변덕스럽긴 하지만 일주일 만에 입맛이 바뀌는 사람은 아니다. 무엇보다, 더 여유롭던 때도 저건 맛있었는데. 식욕을 잃었나 싶었다. 라면이 땡기는 걸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초코파이 한 박스 2000원이란 문구만 보고 근처 마트에서 덥썩 집어온 초코파이 박스가 글쎄, 오리온 게 아니라 롯데 것이었던 것이다. 초코파이로 대결을 한다면 명백히 오리온의 승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 것이 훨씬 덜 달고, 더 뻑뻑했고, 더 텁텁한 뒷맛을 남겼다. 초코파이 정의 정 자가 바를 정자였을 줄이야. 문득 생각나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 예전에, 저 롯데 짭에 어느 멍청한 놈이 속냐, 정자가 저리 큼지막히 박혀 있는데, 하고 생각했던 것. 이 멍청한 놈이 그 커다란 정 자를 못 보고 속아넘어갔다는 동화풍 부연설명을 붙여줌으로써 이 생각은 뒤로 치워 주었다.
두 번째는, 추억은 의외로 솔직하다는 것. 가끔 집 앞 음식점이 생각나곤 한다. 솔직히 말해 별로 맛 없었다. 부모님은 그 집을 좋아하셔서, 가끔, 혹은 자주 같이 갔지만. 어쨌든 추억은 추억. 어린 날의. 문득 떠오를 때면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사실 그 집 음식은 맛있는데, 내가 심통을 부려 맛없다고 떼를 쓴 건 아니었을까, 하고. 우연히 다시 가볼 기회가 있었다. 추억 속의 음식점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맛없는 음식을 팔며 서 있었다. 솔직해지자. 왜 여지껏 안 망했나 신기했다.
꽤 자주, 솔직히, 추억의 음식점이 좀 맛있고 해야 폼이 난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어쩌면 가게 주인보다도 내가 더 그곳이 맛있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추억을 미화시키려 시도했던 건 나다. 추억 그 자체가 아니라. 다만 내가 들이대는 붓질을 피해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겠지 그건. 추억은 그곳에 그대로.
어렸을 때의 난 반찬투정이 심했다. 그 중에서 가장 잘 못 먹는 건 가지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가지를 먹지 않는다. 더 어렸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지금. 어른인 척을 하고 씹어 삼키다가 헛구역질을 했다.
추억은 대체로 그대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