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로 나아갈 용기
답답한 마음에 입주예정자 단톡방에서는 대출 상환을 못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바로,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다.
대중이 모여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펼쳐놓을 때가 사실은 가장 위험할 때다.
모두가 힘을 합치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어려움을 타개해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근거 없는 낙관주의는 이태원 압사와 같은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도 있다.
모두가 몰려가는 곳으로 따라가는 게 인간의 당연한 심리지만, 과감히 다른 길로 나아갈 용기가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사람들 중 생존율이 높았던 사람들은 낙관적인 사람들보다 어려운 현실을 인정한 사람들이었다.
조금만 버티면 유엔군이 금방 구조를 하러 올 것이라는 낙관주의자들보다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구조 시간이 더욱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더 오래 버틸 수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비관적 현실주의자라고 부른다.
작금의 힘든 시장은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래갈지 금방 끝날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 투자는 예측이 아닌 대응의 영역이기에 투자 기간이 길다고 더 잘 맞출 거라 믿지 않을 뿐이다. 그냥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내려놓는 게 백 번 낫다.
지금껏 투자를 해오며, 입주자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 적이 없음을 경험하였기에 가능한 판단이다. 분양 계약서에는 수분양자들이 '갑'이라고 쓰여있지만 돈 앞에서는 늘 수분양자들이 '을'이다. 이것을 직시해야 끝까지 오래 버틸 수 있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책 없는 낙관만 품었다가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재앙이 찾아올지 모른다.
입주 초기에는 된다고 했던 잔금 대출이 갑자기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 받으려고 했던 입주예정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몇 달 치 이자를 아끼려다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손해를 보고 매물로 내놓는 일도 발생한다.
전월세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있을 때 빨리 잡는 게 낫다.
입주 예정자 협의회에서 단체 행동을 통해 부동산 가두리를 운운하며 가격 장난을 친다고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다. 상황을 직시하고 각자가 현명한 개인주의를 펼칠 때다. 이것이 바로 '건강한 개인주의' 모습이다.
현실을 직시하되,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빨리 해결을 보는 게 백 번 낫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져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단톡방 의견에 매몰되어 '생각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자기도 모르게 타인에게 동조될 때 우리는 늘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