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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브런치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2024년 12월을 보내면서

by 맨땅

밤을 새워 마음속에만 있던 생각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적어 보았지만

아침이 오고 다시금 소심한 자신으로 돌아가서 적은 글을 읽다 보면

쪼그라지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 되어 버린다.

' 이건.... '

구겨진 종이를 펼치고 다시 보아도 민망하고 난감하다.


너무 과장되다 못해 유치하고 어설픈 단어들과 어디서 듣기는 한 듯싶은데

감성과 감정이 넘치다 못해 홍수가 났다.

평생 입 밖으로는 단 한 번도 뱉어 보지 못한 말이라니...

차마 찢지는 못하고 구겼다 폈다를 반복하다 보니

이젠 부들부들한 휴지처럼 되어 버렸다.


한참이나 오래전의 일이지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첫사랑의 사람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처럼

지금의 브런치의 글 역시 비슷하다.


매번 이렇게 저렇게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쓰다 보면

창피하고 부족한 이야기가 과연 사람들에게 동감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꾸 누군가의 글처럼 흉내 내려 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나의 기억을 되돌려 보면 조금은 황당했다.

밤새워 힘들게 적은 편지가 아닌 그림엽서를 이용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조차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 생각과 마음을 글로 다 적지 못하기에 앞면의 사진과 그림으로

대체하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조금 더하자면 밀봉된 편지지가 가지고 있는

무게와 압박을 조금 가볍게 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나의 부족한 글이 세상에 나오는 날이면

몇 번이고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오래전 집 앞의 우체통을 기웃거리듯이.

공개된 지면이 갖는 그 공통점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나의 글은 내 예전 기억과 현재의 연결 고리이다.

그때는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던 감정을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거나,

말이나 표현으로 하지 못했던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다른 하나의 형상으로 만들어 내고 싶었다.


머릿속에 무수하게 떠도는 멜로디를 작곡이라는 형식으로 하나의 곡을 만들듯이

혼자만의 작업으로 이곳에 남기고 저장하는 글들이 그 흔적이 될 것이다.

그런 감정의 대부분은 첫사랑의 떨림처럼 나를 소년으로 돌아가게 해 주니까...


몇 개의 글들 중에는 취중에 적은 글도 있었다.

역시나 그런 글에는 단정이나 독선이 가득하고 막연한 추상이 가득했다.

또 몇 개의 글에는 슬픔이 너무나 많아 글자마다 물기가 가득했다.

물론 이런 느낌은 나만 아는 비밀이다.


그렇듯이 먼 시간이 지나고, 또는 나마저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런 순간에

나라는 개인이 아닌 이런 하나하나의 기록이 인간이었음을 남기는 기록이 되기를 바라본다.


매번 느끼고 감사하지만 하지 못했던 이야기 하나는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고 엉성한 나의 글에 공감해 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표현은 안 하시지만 읽기만 해 주시는 모든 분에게도


2024년은 이렇게 가겠지만

새로운 2025년, 모두에게 행복하고 평안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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