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불편함을 느낀 어느 날의 기록.
눈을 치켜뜨며 신경을 한 곳으로 모으려 해도 좀처럼 초점이 맞지 않았다.
손에 든 책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 시선 한가운데 놓았지만,
결국 손에서 책을 내려놓아야 했다.
'노안'이 온 것일까?
드디어 나에게도 찾아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손가락 끝으로 눈을 비비듯 마사지한다.
슬픈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눈가가 촉촉해지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런 과정을 몇 번이나 거치고 나면 흡사 차멀미를 하듯이 속이 좋지 않다.
집중력 또한 떨어지고 방금 읽은 내용조차 기억나지 않으며,
책 속의 주제와 내용 파악의 흐름을 놓치고 말게 된다.
"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
가끔 집 앞을 지나가며 눈여겨보았던 안경점 안에 들어서자
주인인 듯 사십 대의 남자분이 인사를 하셨다.
세련된 머리와 은색 안경태가 돋보였다.
무엇이든 내 문제를 해결해 주실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정말 저를 도와주실 수 있을까, 요즘 사는 게 많이 힘들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
이런 생각을 하며 실내를 둘러보고 있었다.
" 요즘 눈이 침침하고 눈물도 가끔 이유 없이 난다고 하네요. "
나를 이곳에 끌다시피 한 아내가 내 옆에서 먼저 이곳에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아이와 함께 한 엄마처럼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받듯이 나와 안경점 사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 아휴, 잘 오셨네요. 눈이 불편한데 그냥 계시면 큰일 납니다. 자 이쪽으로 앉으실래요."
안경점 사장님은 손으로 커다란 기계가 놓인 책상 앞의 의자를 가리켰다.
" 천천히 눈을 이곳에 대시고.. 그렇지요. 눈을 크게 뜨고 앞에 보이는 걸 말해 보세요. "
나의 엉거주춤한 자세와는 달리 사장님의 주문은 프로스러웠다.
이러저러한 테스트와 나의 반응을 살피던 모습은 진지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 아니.. 이런 눈을 가지고 밤에 운전은 어찌하셨을까요? "
나와 얼굴을 마주대다시피 한 기계에 얼굴을 파묻고 질문처럼 안타까움을 토하고 있었다.
" 이 사람 밤에는 직접 운전 안 해요. 거의 다 대리기사가 하지.."
내가 답변도 하기 전에 나의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다초점 렌즈'라고 한다.
먼 거리, 가까운 거리와 난시를 교정하는 안경을 맞추고 나왔다.
요즘은 기술도 발달하여 이것만 쓰게 된다면 불편이 사라진다고 한다.
정말 안경만 쓰면 잘 보일 수 있을까?
흐릿하게만 여겨지던 내 머릿속의 생각과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한 초점도 맞춰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