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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땅 Nov 21. 2024

토요일 오후 산책

가을의 끝과 겨울의 입구 즈음에

꽤나 긴 길이었다. 

골목길을 나와 큰 차도가 있는 길을 한참이나 걸어갔다. 

버스정류장을 지나고

보도블록이 끝나길 몇 차례 지났지만

걸음이 멈추어 서질 않았다. 

그러다 차츰 도시들이 어두워질 무렵에서야 잠시 멈추어 섰다. 



"따스한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

추위가 몰려왔다. 

조금씩 회색에서 검정으로 변해가는 도시 건물들 사이에서 

노란색의 빛이 내 길을 가로막은 것이다. 

테이블 두어 개,

손님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던 주인은 나의 입장을 반기듯이 인사하였다. 

난 인사대신 주문을 하고 말았다. 

'아.. 나도 인사부터 할걸.. 하지만 늦었네.'

" 고맙습니다. "

커피를 받아 들고 나오며 인사했다. 

조금은 덜 미안했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남아있었다. 

카페를 나와 서너 걸음을 걷다가 커피 한 모금을 입안에 담았다. 

따뜻한  온도에 커피의 향과 김이 내 입과 코로 들어왔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걷다 보면 

얼굴에 스치는 차가운 한기와 손으로부터 전해지는 온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Jazzy'

약속이 없던 토요일 오후에 집을 나선지도 1시간가량 흘렀다. 

계절은 가을도 지나고 있었다. 


'홀짝'이며 마시는 커피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돌아갈 길과 앞으로 갈 길중에 선택을 해야 했다. 

' 어차피 돌아갈 길이잖아. '

' 아직 피곤하지도 않고 기왕 나온 길이잖아. '

낭패였다. 

무작정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길 한가운데 서서 망설이고 있었다. 


아주 깜깜한 어둠이 찾아오고

그 어둠에 나의 그림자마저 내 곁에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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