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저주받은 소년의 뒤틀린 성애
짠 다라 (จัน ดารา, Jan Dara)
감독: 논씨 니미붇 นนทรีย์ นิมิบุตร
제작사: 타이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2001. 9. 28
제작: 천커신 Peter Chan, 두엉까몬 림짜른 ดวงกมล ลิ่มเจริญ 등
원작: 우싸나 플릉탐 อุษณา เพลิงธรรม
출연: 쑤위닛 빤짜마왇 สุวินิจ ปัญจมะวัต (소년 짠), 엑까랃 싸라쑥 เอกรัตน์ สารสุข (어른 짠), 싼띠쑥 프라홈씨리 สันติสุข พรหมศิริ (아버지), 위파위 짜른뿌라 วิภาวี เจริญปุระ (이모), 종려시 Christy Chung (분르엉), 파트라와린 팀꾼 ภัทรวรินทร์ ทิมกุล (어른 깨우) 등
줄거리
1917년 방콕의 근교 대저택. 여인의 내지르는 비명소리와 함께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앳된 얼굴의 여인 다라는 아이의 얼굴도 미처 보지못한 채 숨을 거둔다. 초조하게 문밖을 서성이던 중년의 남성 위싸난은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확인한 뒤 아이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뒤 돌아선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바로 영화의 주인공 짠 (짠라이จัญไร 줄임말 – ‘저주받은, 천한, 재수없는’ 이란 의미)이다. 아버지는 어린 짠에게 심한 욕설과 매질을 일삼고 방탕하며 문란한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왇은 자신의 사랑하는 언니가 두고 간 짠을 옆에서 돌보기 위해 기꺼이 형부와 결혼해 깨우라는 딸을 낳는다. 왇은 짠을 친자식보다 아끼며 성심성의껏 돌보아 주고 짠에게 이모 왇은 엄마 이상의 존재였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첫번째 부인 분르엉이 저택에 들어와 뒤채에 머물면서 짠에게 관심과 친절을 베푼다. 아름답고 지적인 여인 분르엉에게 소년 짠은 성적으로 끌리고 남편에게 관심을 잃은 분르엉은 짠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며 둘의 비밀스러운 관계는 시작된다. 한편, 열 일곱 살이 된 짠은 영어학원에서 하이씬이라는 무슬림 소녀에게 첫 눈에 반하고 처음으로 가슴 떨리는 사랑을 느낀다.
짠의 여동생 깨우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짠을 업신여기며 천대한다. 깨우는 자신의 몸종 싸이써이와 동성애를 나누는데, 이와 동시에 싸이써이는 건장한 청년이자 하인인 켄과 밀애를 즐기고 있다. 싸이써이는 결국 켄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이를 질투한 깨우는 켄을 끌어들여 자신을 겁탈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짠은 깨우의 비명소리를 듣고 뛰어들어온다. 하지만 마침 이 곳을 지나던 왇 이모가 이를 목격하고 들어오자 깨우는 눈엣가시 같은 짠에게 모든 상황을 덮어씌운다. 하인이지만 켄과 형제처럼 지내왔던 짠은 켄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모든 것을 덮어쓰게 되고 결국 아버지는 짠을 집에서 내쫓아 버린다. 끝까지 짠을 믿어주는 이모 왇은 짠에게 외할아버지를 찾아갈 것을 권하며 짠의 출생의 비밀을 말해준다.
짠의 생모인 다라는 방콕에서 학교를 다니던 중 방학을 맞아 지방 친척집을 방문했다. 미모가 매우 뛰어나 뭇사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고 어느 날 동네 건달들에게 집단으로 겁탈을 당하게 된다. 열여덟 살인 딸이 임신하게 되자 다라의 아버지는 집안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몰락한 귀족이며 나이가 많은 위싸난에게 저택과 엄청난 재산을 주는 댓가로 딸과 혼인 시킨다.
짠은 외할아버지 집에 머물며 생부를 찾아 나서지만 결국 누가 생부인지 알아내지 못한다. 수년이 지난 어느 날 위싸난이 짠을 찾아온다. 위싸난이 자신의 딸 깨우와 관계를 맺어 깨우가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집안의 명예를 운운하며 짠에게 깨우와 결혼할 것을 요청했다. 짠은 어머니의 목숨 값인 저택과 재산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깨우와의 결혼을 수락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짠은 깨우와 결혼한 뒤 분르엉과 재회하여 다시 둘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시작한다. 이모 왇은 짠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어엿한 집주인이 된 것에 기뻐하며 고향으로 돌아가 비구니승이 된다.
한편, 짠은 그의 유일한 사랑 하이씬을 찾아가지만 짠이 떠난 일년 뒤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사랑을 잃은 짠은 방황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성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분르엉과 사랑을 나누던 중 이 장면을 목격한 아버지는 충격으로 쓰러지고 반신불수가 되어버린다. 얼마 후 아시아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고 폭격을 피해 피신하던 중 깨우와 분르엉이 보이지 않자 이들을 찾아다니던 짠은 이 둘의 정사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뒤틀린 심사와 질투심에 사로잡힌 짠은 깨우에게 자신의 아이를 낳을 것을 요구했고 깨우가 이를 거절하자 강제로 관계를 가져 결국 임신시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깨우는 스스로 낙태를 시도하였고 피투성이가 된 깨우를 본 짠은 충격을 받는다. 이후 남자로서의 구실을 못하게 된 짠은 뒷방에서 누워 있는 아버지를 돌보며 저주받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짠 다라>는 개봉과 동시에 엄청난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낭낙 นางนาก>으로 당시 태국영화 사상 최고의 수익을 기록한 논씨 니미붓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그러했으며, 무엇보다도 여배우들의 노출신과 정사신의 수위가 높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특히, 노출 수위가 높아 태국 여배우 섭외가 불가하여 홍콩 섹시스타인 종려시가 배역을 맡았다는 소문이 떠돌았고 (사실은 물망에 올랐던 태국 여배우들이 지나친 노출 등을 이유로 거금의 출연료를 요구하자 영화 제작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홍콩의 천커신 감독의 추천으로 종려시가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등을 노출한 채 묘한 미소를 머금은 종려시가 엎드려 있고 십대 소년이 그 옆에 앉아 얼음으로 등을 문지르는 포스터는 꽤나 자극적이었다. 사실 영화의 최고 장면이라 불리는 이 장면은 개그맨들이나 예능프로에서 두고두고 패러디 되기도 했다.
<짠 다라>는 1964년부터 1966년까지 ‘싸얌랏สยามรัฐ’ 시사주간지에 연재되었던 우싸나 플릉탐의 소설(원제는 ‘짠 다라 이야기’)로 당시에도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논씨 감독은 인간의 뒤틀린 성관념과 욕망, 억압적인 사회 환경에 구속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생성되고 자라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영화의 취지를 밝혔다. <짠 다라>는 근친상간, 동성애, 아동 학대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과 장면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태국 최고의 영화상인 쑤판나홍에서 최고 작품상을 비롯 6개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하였다.
영화의 배경은 1920년대부터 60년대까지 아우르며 주인공 짠과 여동생 깨우는 각 세 명씩(어린 아이, 소년소녀, 어른)의 배우가 등장한다. 현 시점에서 영화를 보면 근친상간이나 동성애가 보기 불편하거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태국이 1932년도에 입헌군주제로 전환되었고 그 이전에는 절대왕정이었음을 상기해 볼 때 왕족이나 귀족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끼리 결혼하는 일은 당시 정상적인 행태였으며, 동성애의 경우 현재보다 더 흔하고 자유로웠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여성끼리의 동성애는 사회에서 보다 쉽게 용인되었다고 한다: Chilidaporn Songsamphan 2011).
여러 번의 정사신과 여배우들의 노출신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상 결코 지나치지 않으며 포스터에도 나오는 얼음신은 숨을 참고 봐야할 만큼 긴장감을 주면서 동시에 아름답다 느껴질 정도로 영상미가 뛰어나다. 종려시의 매력적인 몸매가 큰 몫을 담당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린 남자를 어른으로 이끌어주는 경험 많은 여자의 노련함이 입술 끝에 머금은 미소에서 묻어나고 매끈한 어깨와 등선을 따라 가슴으로 흘러내리는 얼음물에 살짝 떨리는 눈썹에서는 남편의 사랑을 잃은 중년 여성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당시 종려시는 30대 초반의 나이였으나 농염한 중년의 느낌을 내기위해 감독의 요구에 따라 6kg의 체중을 늘렸다고 한다.) 단언컨대 종려시의 캐스팅이 신의 한수였다.
영화초반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이모의 정사신,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이를 바라보는 갓난아이 짠.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충격적이며 향후 짠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여기에 짠의 덤덤한 내래이션이 흐른다. “내가 만난 세상에 대한 첫 기억은 이모와 아버지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후 어린 짠은 아버지의 숱한 정사 장면을 목격한다. 엄마의 젖을 맛보지 못하고 자란 짠은 헌신적인 이모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항상 엄마의 부재를 힘들어한다. 어린 짠이 엄마의 가슴을 애타게 찾자 이모 왇은 자신의 젖가슴을 아이에게 물려주는데 10살 남짓한 남자아이 짠은 본능적으로 또는 문란한 아버지의 정사행위를 통해 학습된 대로 아랫도리를 움직여 이모에게 다가간다. 문득 수치심을 느끼며 뒤돌아 눕는 어린 짠의 모습은 이미 정상이 아닌 듯 하다.
자신보다 두세 살 많지만 하인인 켄은 유일한 짠의 친구이다. 켄을 통해 동생 깨우의 하녀 싸이써이와 처음 성관계를 맺고 이후 하녀들과 어울리며 성욕구를 채워 나가지만, 영어학원에서 만난 하이씬에게는 순수한 사랑을 느낀다. 수업이 마친 뒤 늦은 저녁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시간만큼은 짠도 평범한 소년의 모습이 된다. 순수한 사랑의 대상인 그녀에게로의 접근은 조심스럽고 가슴 설렌다. 그녀의 손을 한번이라도 잡아 보고싶어 용기 내어 손을 뻗어보지만 그녀의 어깨에 걸친 스웨터의 소매자락을 겨우 붙잡아 볼 뿐이다. 그녀는 짠에게 정상적인 세상이자 희망이고 진정한 사랑이다. 그런 그녀의 죽음은 짠에게 유일했던 정상으로의 회귀 통로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모든 희망을 잃은 짠은 깨우와의 결혼식날 하녀의 손을 이끌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서재로 들어가 정사를 나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자신의 욕구를 채우던 짠이 고개를 들자 자신의 어머니 다라가 내려다보고 있다. 서재에 걸린 다라의 초상화, 그 아래 놓인 소파,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는 아버지가 숱한 여자들과 정사를 나누던 그 곳. 바로 그 자리에 아버지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짠 자신이 있다.
아버지와 깨우 사이에 태어난 아들은 근친상간의 부작용으로 지적장애를 가졌으며 ‘추악하다’는 뜻의 압빠리อัปปรี를 줄여 빠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깨우의 낙태 사건 이후 짠은 더이상 여성과의 성관계를 할 수 없게 되었고 성욕을 포함한 모든 욕망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자리에 누워 숨만 쉬고 있는 의붓아버지와 그 옆에서 천지구분도 못하는 법적 아들 빠리를 돌보며 짠은 비로소 평화를 찾은 듯 하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광고 감독으로 활동했던 논씨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뛰어난 영상미와 예술 감각을 발휘한다. 관객을 모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야한 영화’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야한 장면보다는 스토리에 사로잡히게 된다. 자칫 야한 영화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소재들이 가득한 이 영화는 외설논란이 무색할 만큼 철학적이고 진중하다. 논씨 감독은 확실히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다. <짠 다라>는 2012년 마리오 라는 태국 최고의 남자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리메이크 되었다. 흥행, 예술성, 영상미 모든 면에서 10년전 영화인 논씨 감독의 <짠 다라>에 못 미치는 영화다. 대놓고 야한 점만 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