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럽게 재수없는 남성의 드럽게 꼬인 인생
몬락 트랜지스터 (มนต์รัก ทรานซิสเตอร์, Transistor Love Story)
감독: 뻰엑 랏따나르엉 เป็นเอก รัตนเรือง
제작사: Five Star Production, CINEMASIA
개봉일: 2001. 12. 28
원작 소설: 왓 완라양꾼 วัฒน์ วรรลยางกูร
출연: 쑤파껀 낏쑤완 ศุภกรณ์ กิจสุวรรณ (팬), 씨리야껀 푹까웻 สิริยากร พุกกะเวส (싸다오)
태국 동북부(이싼) 어느 시골 마을의 청년 팬แผน은 아리따운 처녀 싸다오สะเดา를 사랑한다. 가진 것 없고 내세울 것 하나 없지만 순수한 사랑 하나로 끈질긴 구애 끝에 팬은 싸다오와 혼인에 성공한다. 싸다오가 임신 5개월이 되었을 때, 팬은 국가의 부름을 받아 군에 입대하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와 뱃속에서 자라고 있을 아이를 그리며 힘겹게 지내던 군생활 중, 한 유랑악단의 위문공연 포스터를 발견한다. 공연 중 마련된 노래자랑대회를 통해 가수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읽는 순간 팬은 오랜 시간 동안 품어왔던 가수의 꿈을 떠올리며 가슴이 벅차 오르기 시작했다.
대회 날 무대에 오른 팬은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청중의 마음을 울리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노래를 마치자마자 그 자리에서 실신해 버렸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른 지방으로 이동하는 유랑악단의 차량에 몸을 싣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탈영병이 된 팬은 이 년째 가수 데뷔는커녕 악단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연에 펑크를 낸 동료 가수 대신 무대에 올라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팬은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그토록 바라던 앨범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성공적인 가수로서 첫 발을 내딛은 날, 악단장의 초청으로 그의 집에서 성대한 식사를 대접 받게 된다. 식사 후 악단장과 둘만 남게 된 상황, 동성애 성향을 가진 악단장이 갑자기 팬에게 달려들었고, 당황한 팬은 악단장의 육중한 몸을 거부하며 밀쳐 냈다. 악단장은 뒤로 넘어지면서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며 바닥에 고꾸라져 버렸다. 다행히 악단장은 무사했으나 생사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집에서 뛰어나온 팬은 다시 도망자 신세가 되었고, 어느 사탕수수농장에서 노동을 하며 힘겨운 삶을 이어 나간다. 그나마 그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농장 감독의 마음에 들어 나름 편안한 생활이 펼쳐지려던 때, 이곳에서 만난 친구 씨여우가 감독과 싸움이 붙게 되었다. 씨여우가 돌덩이를 들어 감독을 내려치려는 순간 이를 말리던 팬은 한통속으로 몰리게 되었고, 둘은 사탕수수농장에서 도망쳐 도시로 나오게 된다. 거지꼴로 도시 구석을 전전하며 굶주림에 지쳐버린 이들은 행인의 가방을 낚아채 도망가다 경찰에 잡히게 된다. 결국 감옥까지 가게 된 팬은 죄값을 치른 뒤에야 사랑하는 아내 싸다오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팬을 기다리다 지친 싸다오는 처녀 시절부터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던 마을의 유지이자 난봉꾼의 꾀임에 넘어가 아이를 갖게 되고 배가 부른 채 버림을 받은 상황이었다. 팬은 한없이 초라해진 모습으로 싸다오의 배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고, 싸다오는 그러한 팬을 안아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몬락 트랜지스터>의 장르는 우울하고 답답한 줄거리와는 달리 코미디이다. 지지리도 운이 없는 주인공 팬에게 고난이 닥칠 때도 장면 하나하나는 지독하게 웃기다 못해 슬랩스틱으로 설정이 되어있다. 뻰엑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진정한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었고, 이전 작품인 <르엉 딸록 69 เรื่องตลก 69, 6ixtynin9>에 이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확고하게 구축하였다. 특히, 하이소(hi-so: High Society의 줄임말로 상류층을 부르는 말)들의 불우이웃돕기 자선파티가 '거지 코스프레'라는 주제로 최고급 호텔에서 개최되었고, 우연히 이 앞을 지나던 팬과 그의 친구 씨여우는 파티장에 자연스럽게 섞여 가장 거지같은 분장을 한 하이소로 뽑히게 되나 허겁지겁 음식을 집어먹던 이들이 진짜 거지임이 밝혀지자 가차없이 호텔밖으로 내쳐지는 장면은 현실 사회를 콕 집어 관객들에게 쓴 웃음을 짓게 하는 감독의 묘수라고 할 수 있다.
뻰엑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여러 번 초청을 받아 영화아카데미를 진행했을 정도로 태국영화를 아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어느 정도 알려진 감독이다. 물론 태국에서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이 꼽은 최고의 롤모델이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방콕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뉴욕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의 유명 광고회사에서 근무했으며, 태국으로 돌아와 광고업계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도 광고와 영화 감독을 병행하며 태국 영화계의 거장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뻰엑 감독은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깔끔한 영상미를 추구하며, 광고든 영화든 그의 작품에는 독특한 그만의 유머가 담겨있다.
왓 완라양꾼의 소설을 각색해 만든 이 영화는 태국 동북부(이싼)의 지역색, 문화, 가치관 등을 흥미롭게 연출하고 있으며, 영화에 삽입곡으로 사용되는 쑤라폰 쏨밧짜른สุรพล สมบัติเจริญ 룩퉁(ลูกทุ่ง태국식 트로트)은 상황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몬락 트랜지스터는 아태영화제, 시애틀영화제, 비엔나영화제 등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고, 2001년 태국의 최고 권위있는 예술상인 수판나홍สุพรรณหงส์ 영화부문에서 여우주연상, 최고작품상, 감독상 등을 받았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았다. 내가 본 첫 태국영화이고 내가 계속 태국영화를 찾아보게 만든 영화이기도 했다. 그런데, 글을 썼다 지우기만 수없이 반복하다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한 줄도 적지 못했다. 내가 감히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의 영화가 아닌가 보다. 그런 영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