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만족스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세탁소를 인수한지 한달이 지났다.
사람들이 일은 어떻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늘 한결 같이 대답한다.
더러운 것을 가져오면 깨끗하게 해주는
기분 좋은 일이자나.
사람들이 깨끗해진 옷을 들고 만족한 표정으로
나갈 때 참 행복해진다.
그런 일이라서 좋다.
내가 한 노동의 결과물이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일이라서 좋다.
물론 생각보다 매출이 안나오는 날도 있고,
가끔 우당탕탕 사고도 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옷을 들고 나가며
만족할 때 좋다.
한 고객이 와인이 잔뜩 묻은 코트를 들고 왔다.
누가보면 자기가 살인을 저질렀을 꺼라
생각할꺼라며 와인 얼룩을 다 지워 달라고 했다.
약물을 뿌리고 칫솔질로 하나 하나 얼룩을 다 지운다.
다시 깨끗해진 코트를 보고 있자니
스스로 행복해진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나도
얼마나 많은 얼룩을 셔츠에 남겼고,
또 얼마나 많은 소주를 흘렸나 생각이 들면서
그래도 소주는 무색이라 다행이다. 생각이 든다.
흑인 고객들은 들어올때부터 밝고 경쾌하다,
멕시칸 남자 고객들은 대부분 들어올 때부터
"마이 프렌~" 으로 시작한다.
백인 고객들은 조용하지만, 안정적이다.
인도 고객들은 가격을 많이 따져서 우리 가게에는
몇명 남아 있지 않고-
동양인이 없는 동네라, 동양인 고객은 없다.
아무튼 각 인종이 모여사는 곳이니 만큼
각 나라, 각 인종의 특징을 보는 재미도 있다.
물론 인력 문제와 수선 문제등
몇가지 고민이 항상 머리에 있지만-
그래도 참 재밌는 일을 하고 있다.
여전히 내가 세탁소 사장이라니.. 믿기지 않지만
뭐 언제 내가 회사 다닐 땐, 회사 다니는 내 모습이
익숙 했던가- 언제나 생경했지.
아무튼 난 오늘도 카운터에 앉아
고개를 꿈뻑 숙이며 인사 하기도 하고,
좋은 날씨에 밝은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다.
어서오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