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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물고기 Jun 26. 2020

미국에서의 첫 생일

특별하지만 소소했던 날

미국에서 맞이한 첫 번째 생일.



한국에선 친구들을 바꿔가며 몇 번이고

잔을 들며 축하했을 생일인데-

이곳에선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그러나 즐겁게 생일을 보냈다.


예부터 '생일과 이별만큼 좋은 안주는 없다' 라 말하며-

수십 번씩 '생일 축하해!!'를 외치며 생일을 축하했었는데

미국에서의 첫 생일은-

이곳보다 시간이 빠른 한국에서 오는 생일 축하 메세지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내는 새벽에 일어나서 나의 미역국을 끓이고,

로맨스로 시작해서 다큐로 끝나는 생일 카드를 건넨다.



아들은 그저- 케익 먹는 것이 즐거워-

케익 먹는 시간만을 기다린다.


나는?




나는 일단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낳아주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드리며 꽃다발을 배달하고

미국에서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은 일상이 된 미국의 풍경을 다시 돌아보며,

여행자일 때와는 참 다르구나 생각해 본다.

여행자로 이곳에 왔을 때 낯설었던 풍경 하나하나가-

이제는 일상의 모습이 되어

 전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낮은 건물들과 끝없이 펼쳐진 길들.

 그리고 체증이 거의 없는 도로.

끝 모를 하늘과, 구름의 움직임마저도

여유로운 이곳에서의 삶.


이제는 일상이 되었지만,

가끔은 여행자의 시선으로 삶을 돌아보며

이질적인 것에서 오는 감동을 느껴야지 생각도 해본다.


고민?


한국에서는 매일매일이 고민이었고, 어찌 보면 투쟁이었다.

회사라는 틀 속에서 내가 해야 하는 것들과

가정이란 틀 속에서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의 조화는

말처럼 쉽지 않았고,

그 속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꽤나 고단했다.

그 고민과 고단함이 꽤나 날 지치게 했던 것 같다.

뭐 누구나 하는 고민이고, 누구나 겪는 고단함 이라지만...

꽤 깊었다.


이곳에서 나의 고민 역시 그 고민들과 방향을 같이 하지만-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고,

도전을 해야 한다는 것.

또 그런 고민들을 떠나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이 나에게 고민과 고통을 주기보다는

도전할 수 있는 설렘과,

미래를 그리는 밝은 혹은 긍정의 고민으로 더 다가온다.


비록 친구들과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비우는

술잔이 그리웠지만-

그래도 미래에 대한 설렘과 고민으로

충만했던 미국에서의 첫 생일은-

꽤나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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