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주제 - 육아 (한지섭)

2021년 3월 즈음

by 부산물고기

첫번째 이야기 – 육아 (育兒)
2021년 3월 18일 / 윤민수의 My angel을 들으며/ Maker’s Mark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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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를 참 좋아했다. 동생이 없고 형만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에 나보다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걸 좋아했고- 언제나 동생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 나의 꿈은 ‘봉고차를 직접 운전하는 유치원 원장님’이였다. 봉고차도 좋아했고, 아이도 좋아했거든.

(어릴 때부터 유치원 선생님이 아니고, 원장님 이였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도 같은 팀 후배한테 ‘내가 만약 아이를 낳고, 육아가 힘들다고 하면 진짜 힘든 거다. 왜냐하면 난 하나도 안 힘들 꺼 같거든’ 이라고 말할 정도로, 난 정말 ‘육아’를 좋아할 자신이 있었다.

(잘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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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니, 그건 참 어려운 일이더라.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를 돌보는 것도 힘들고, 아이를 주로 돌보는 아내를 돌보는 것도 힘들더라. 사실은 아이 돌보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았지. 그런데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내와 크고 작은 다툼이 힘들더라. 그리고 나의 삶이 힘들었지.


사실 아이는 나를 힘들게 한 게 하나도 없는데, ‘육아’라는 이름으로 핑계를 만들어 아내와 다투는 것, 내 삶이 힘든 것. 모두를 ‘육아’ 때문에 힘들다. 라고 말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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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육아’ 라는 건 ‘育兒’가 아니라 ‘育我’ 즉 나를 키우고 기르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이와 지내다 보면, 아이의 커 감을 느끼게 되고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더 좋은 아빠가 될까 고민하게 되고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냥... 마냥 녀석에게 ‘나란 아빠’는 부족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은 다른 사람은 잘 겪을 수 없는 ‘전업주부’의 길을 걷고 있는데 지금 나를 가장 압박 주는 건 ‘정말 난 시간을 같이 보내는 만큼 좋은 아빠?’ 인가 라는 물음이다.


정말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어떤 모습이 좋은 아빠인지도 모르겠고,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잘 가고 있는건지 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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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이의 낮잠을 재우는데 아이를 한번 더 꼬옥 껴안게 되더라. 지금이 아니면 이 녀석이 언제 나에게 이리 안길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리고 낮잠에서 깬 아이를 몇 분이고 들어 안아서 집안을 서성이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그냥 지금 녀석과 내가 느끼는 유대감과 함께 공유하는 이 시간이 다시는 못 올 소중한 시간이고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참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는 않다. 같이 있다 가도 쓸데없이 폰을 보게 되고 아이와 놀아 줄 수도 있는데 혼자 딴짓을 하기도 한다. 밤에 아이를 재우고 혼자 이렇게 생각하는 시간이 되면 매일 그 시간을 후회하고, 왜 그때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지 않았을까, 왜 그때 아이의 물음에 바로 답해주지 않았을까 후회하는데, 그리고 매일 또 ‘내일은 진짜 폰 안 보고 잘놀아 줘야지’ 다짐하는데 그게 참 안되기도 한다. (사실 지금 글을 쓰는 지금도 오늘 재이가 TV 볼 때 왜 같이 안 봐주고 난 딴짓 했는지 후회가 되네)

잘 키워 야지. 그게 나의 아이든, 나 스스로 든. 순간 순간이 후회 안되도록 잘 행동 해야지. 또 글을 쓰며 다짐하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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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더 많이 믿는다고 이야기 해줘야지. 더 많이 만져 줘야지. 그리고 정말 정말 화나도 더 참아야지.


이런 이야기는 만나서, 소주 마시면서 해야 하는데- 혼자서 술 마시면서 쓰려니 아쉽다. 이제 난 그만 아이를 안아주러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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