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이후 어떻게 바뀌었나.. '먹방 공간'이 되버린 PC방
어두컴컴한 조명과 퀴퀴한 냄새, 컵라면과 담배꽁초가 쌓여 있는 곳으로 PC방을 기억한다면, 당신의 시계는 2000년대 초반에 머물러있을 가능성이 높다. 요즘 PC방은 '먹으러 가는 곳'으로 통한다. 고사양 컴퓨터는 기본이고 인테리어도 깔끔해졌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로 간단한 요리 수준의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는 것이 요즘 PC방을 찾는 하나의 포인트다. 1997년 PC방이 생긴 이후 지금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자.
1997년 2월, 서울 광진구에 국내 첫 PC방이 문을 열었다. 초기엔 주로 대학생과 회사원들이 학업이나 업무용으로 이용했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 PC통신이 활성화되면서 PC방 이용률이 높아졌다.
잠시 PC통신에 대해 살펴보자. PC통신은 개인용 컴퓨터를 다른 컴퓨터와 통신회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전화망을 이용했기에 속도가 느려 텍스트 기반으로 운영됐다. PC통신 서비스 중 하나인 하이텔은 서비스를 본격화한지 1년만인 1993년에는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했고, 1996년에는 1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했었다. 많은 가입자들이 모이자 자동자 동호회, 게임 동호회 등 다양한 모임이 생겨났다. 영화 <접속>에서처럼 PC통신 채팅도 활성화됐다.
PC통신 소설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웹툰, 웹소설이 영화나 드라마 원작으로 널리 쓰이는데, 그 당시엔 PC통신에 연재되는 소설이 그러한 역할을 했다. 이우혁의 <퇴마록>,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등이 대표적이다. 두 작품 모두 하이텔에 연재돼 인기를 얻어 책으로 출간됐다. 퇴마록은 누적 판매 1000만부에 이르며, 98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드라곤 라자는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리는 등 인기를 얻은 것은 물론, 소설의 세계관을 반영한 게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IMF는 PC방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1시간에 1000원으로 다른 유흥에 비해 저렴한 PC방을 많이 찾았다. 동시에 갑자기 퇴직하게 된 사람들이 PC방 창업을 하면서 PC방 수가 크게 늘었다.
98년 미국 블리자드(Blizzard)의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 진출하며 'PC방=게임방'의 이미지를 심는 계기가 됐다.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서 450만 장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인기를 방증하듯, PC방에선 스타크래프를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후 국내에서 출시한 리니지, 바람의 나라 등도 인기를 끌면서 PC방 방문객이 늘어났고, PC방 산업이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컴퓨터게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점점 안 좋아졌다. '게임중독'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PC방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확대됐다. 더불어 청소년들이 PC방에서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비판적 기사가 잇따라 나왔다.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PC방은 곧 위기에 봉착했다. 2000년대 들어 일반 가정에 PC 보유가 보편화되고,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속도가 빨라졌다. 2010년대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 게임이 등장하면서 PC방 산업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2013년 PC방 흡연 금지법 역시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그해 6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간전흡연 피해를 방지하고 청소년 흡연 유인을 차단하기 위해 PC방 흡연을 금지했다. 당시 PC방 업주들은 기존 손님들 다수가 흡연자기 때문에 흡연 금지법 시행 시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헌재는 PC방 전면 금연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업계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했다. 깔끔한 PC환경을 만들어 청소년과 2030세대 공략을 시도했다. 배틀그라운드나 오버워치처럼 고사양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컴퓨터 사양을 최고급을 유지하면서, 게임 이외의 다른 취미생활(유튜브 시청, 음악감상 등)을 하기에도 좋은 환경으로 바꿔가고 있다. 인테이어나 조명 등에 신경써 체류시간 증가를 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음식'이다. 과거에는 컵라면, 음료수, 과자 정도였던 음식이 볶음밥, 만두, 꼬치 등 수십 가지 메뉴로 늘었다. 끼니를 달래던 간식 수준에서 식사를 대용할 만큼의 수준까지 올라가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먹으러 PC방에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PC방에서 판매하는 음식이 다양해졌다. 인기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멤버들이 PC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음식을 먹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에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소재로 영상이 이어졌고, 다시 공중파방송에서 이를 방송의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KB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PC방의 간식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0% 정도였지만 현재는 40%에 이를 정도로 크게 비중이 커졌다. 먹거리가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 및 매출 견인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PC방은 점점 하락세이다. PC방은 진입장벽이 낮아 자본금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창업하지만, 폐업률도 높다. PC방 창업이 가장 많던 때는 2008년으로 약 5300개 이상이었고, 가장 적었던 시기는 2001년으로 1779개였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폐업 수가 100개 미만일 정도로 호황이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와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은 PC방의 하락세를 불러왔다.
PC방은 *창업률 16.4%, 폐업률 15.7%로, 평균 창업률 9.9%, 폐업률 9.0%에 비교하면 높은 창업률과 폐업률이다. 적은 초기자본, 낮은 진입장벽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치열한 동종업계간의 경쟁과 인건비는 단점으로 이야기된다. PC방은 수많은 위기에도 변신을 거듭해 20년 넘게 인기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PC방 산업에 또 한 번의 큰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창업(폐업)률=당해 창업(폐업) 매장 수/전년도 총매장수 X100]
PC방에 가지 못하자 사람들은 모바일 게임과 콘솔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간단하게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은 이미 2015년부터 PC시장의 규모를 넘어섰다. 리니지M을 개발한 엔씨소프트는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뛰어난 작품성과 그래픽의 콘솔게임은 한국시장에서도 매년 40%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는 품절이라 웃돈을 더해 구해야 하는 해프닝까지 생겼다. 한국 게임회사 빅3인 3N(Nexon, NCsoft, Netmatble)은 모두 콘솔게임을 개발중이라고 발표했다.
꾸준한 변신으로 위기를 넘겨온 PC방이지만 또 다른 변신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코로나19 사태 진정 시기 및 회복 여부가 향후 PC방 산업 향방에 큰 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콘솔게임:게임기로 하는 게임을 말한다.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엑스박스 등이 있다.
출처 KB지식비타민 "PC방의 무한 변신:카페인가, 음식점인가"를 참고로 하여 작성했습니다.
인터비즈 박은애 김정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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