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네이버, 유튜브까지 오디오에 뛰어드는 미디어 기업
1984년 영국의 밴드 퀸은 비디오에게 묻혀가는 라디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 라디오 헌정(?) 곡을 바쳤다. 그런 마음이 무색하게도 2020년 오늘날도 비디오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개인들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뛰어 들어 '유튜브 신드롬'에 탑승했다. 오디오는 비디오에 밀려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 현재에도 사용되지만 과거에 출시되었거나 개발된 전통 미디어)가 됐다.
하지만 최근 IT 기술과 융합하면서 오디오가 새로운 트렌드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영상에 집중하던 기업들도, 심지어 영상 '전문' 기업들도 오디오로 돌아오고 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오디오 콘텐츠가 부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오디오의 특성인 '멀티태스킹' 덕분이다. 물리적인 시간은 한정돼있지만 하고 싶은 일은 많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오디오의 특성인 멀티태스킹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운동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오디오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디지털기기를 보유한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1위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가능한 활동이라서'가 차지했다. 이어 ▶스마트폰 등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 콘텐츠를 이용하며 다른 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등이 잇따랐다. 전체 응답자의 65.8%는 "오디오북이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에어팟이나 갤럭시 버즈 등 무선 디바이스가 대중화되면서 오디오의 멀티태스킹 특성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군다나 최근 코로나 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집안일을 하면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유일한 콘텐츠여서다.
대표적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도 오디오 콘텐츠들은 인기를 끌고 있다. ASMR 등과 같이 처음부터 오디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영상 중심 채널에서도 오디오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64만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 '침착맨'은 '왕십리로 날아온 편지'라는 라디오 콘텐츠를 진행 중이다. 해당 콘텐츠들은 조회수 10만을 넘기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도 '책읽어주는 남자/여자' 라는 이름으로 오디오북 콘텐츠를 게재하는 채널도 다수 있다.
오디오 콘텐츠가 각광 받는 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에디슨 연구소와 트라이튼 디지털의 공동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젊은 세대인 19세 ~ 24세 응답자의 91%가 "지난달에 오디오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60% 이상이 "지난주에 오디오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계적으로 오디오 콘텐츠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미래의 잠재 고객인 젊은 세대들도 확보할 수 있어, 특히 대형 기업들이 오디오 서비스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마존은 2008년에 인수한 자회사 아마존 오더블(Amazon Audible)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팟캐스트, 오리지널 오디오 프로그램, 오디오북 및 정기간행물 등의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작가나 출판사가 책을 플랫폼에 등록하면 낭독자가 오디오북 샘플을 만들어 업로드하고 출판사는 좋은 낭독자를 골라 계약하는 방식이다. 2014년엔 온라인 코미디 콘텐츠 서비스 업체 루프톱 미디어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유명인과의 단독 인터뷰 및 나레이션 등을 공개하며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를 확대해갔다.
구글은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2018년 초, 구글플레이를 통해 오디오북 서비스 플랫폼을 오픈했다. 한국을 포함해서 45개국에서 9개 언어로 출시중이다. 특히 오디오북에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해 기본 목차 아래로 내비게이션을 쉽게 하는 세부 목차를 자동으로 생성, 제공하여 타 플랫폼 대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단, 아마존과 달리 구글은 오리지널 콘텐츠는 제작하지 않으며 여러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오디오 콘텐츠를 확대 중이다.
비디오 스트리밍 업계 최강자인 넷플릭스 역시 지난해 4월 라디오 채널을 정식으로 오픈했다. 미국 최대 라디오 서비스 제공 기업인 시리우스 XM과 제휴하여 24시간 코미디 전문 라디오 채널 '넷플릭스는 농담이다'를 열었다. 미국의 정상급 코미디언과 배우들을 DJ로 섭외하고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하고 시리우스 XM 라디오 채널을 통해 독점적인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넷플릭스가 다른 플랫폼과 협약을 맺는 것도 처음이고, 비디오가 아닌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한 것도 처음이다. 확대되는 오디오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존의 자체 영상 콘텐츠들도 오디오로 서비스 할 수 있도록 계획중에 있다.
국내에도 수요자가 많아지니 너도나도 '오디오 사업(?)'에 뛰어든다. 인터넷 포털, 전문 오디오 콘텐츠 기업들이 앞장섰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방송사들도 연합해서 오디오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바로 티팟(Tpod)이다. 지상파 3사, YTN, 채널A, JTBC 등 방송사는 티팟을 통해 뉴스, 드라마, 예능 등의 TV 프로그램을 비디오를 제거한 오디오 콘텐츠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라디오 전문 채널을 제외하고 티팟에 참여하는 방송사들은 현재까지 15곳이다.
한편, 네이버는 일찍이 국내 최초 오디오북 전문 업체 오디언을 인수해 오디오클립을 운영 중이다. 비즈니스, 뉴스, IT 과학 등의 교양 콘텐츠는 물론 문화·예술, 도슨트 및 육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콘텐츠들을 보유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코로나 19 : 마음처방전' 특집 채널이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네이버 오디오 클립은 심리·명상 등 일명 '힐링' 콘텐츠들을 나누고 있다.
김태리, 이제훈 등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혜민스님, 김영하 등 작가가 직접 낭독한 오디오북들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새다. "책으로만 봤을 때보다 훨씬 와닿는다","엄청난 연극을 보는 듯 싶다" 등 호평이 잇따랐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3월 오디오북 거래액은 2월에 비해 16% 늘어났다.
2012년 '나는 꼼수다'를 시작으로 떠오른 팟빵은 국내 팟캐스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초창기엔 정치, 시사 팟캐스트로 유명하여 주 이용자가 4050 남성이었으나 최근에는 오디오 콘텐츠가 확대됨에 따라 이용자의 성별 및 연령대가 다양해졌다. 특히 팟빵에 따르면 국내 첫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을 기준으로 8주 뒤 팟빵의 주 단위 청취 시간은 36%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자연스럽게 청취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비디오 분야 1인 미디어의 국내 최강자인 아프리카 TV는 '팟프리카'라는 오디오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했다. 아프리카 TV와 동일하게 유명인, 방송인이 아닌 보통 사람도 누구나 쉽게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고 업로드할 수 있다. 특히 NHN의 팟티를 인수하면서 오디오 콘텐츠를 강화했으며 차량 이동 중 오디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청취자를 위해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정보통신기술과 자동차를 연결시킨 것으로 양방향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 등이 가능한 차량)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계획 중이다.
금융권에서도 금융 및 경제 관련 양질의 오디오 콘텐츠를 활용해 잠재 고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부 증권사는 주식투자를 위한 국내외 시황분석 관련 오디오 콘텐츠를 팟캐스트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키움증권, NH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투자 관련 오디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여 서비스 중에 있다. IT기술 (AI 스피커, 무선 디바이스 등 )과 오디오 서비스 시장이 융합하면서 다양한 업계에서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 KB 지식비타민 <비디오 시대에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 비디오 서비스>를 참고해서 작성했습니다.
인터비즈 윤현종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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