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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May 17. 2020

주식투자하듯 음악의 지분 산다?

IP 시장의 새로운 금융공식이 쓰여진다.. '뮤직카우' 대표 인터뷰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의 주인이 돼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음악 저작권료 공유 플랫폼 '뮤직카우'는 다채로운 스타트업 중에서도 사업 아이템이 톡톡 튀는 업체로 꼽힌다. 지식재산권(IP)에 금융 매카니즘을 적용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LB인베스트먼트와 프리미어파트너스, 마이다스동아인베스트먼트, 아톤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70억 원(시리즈B)의 투자를 유치했다.


서비스 구조는 뮤직카우가 아티스트에게 저작권 일부를 구매해 이를 플랫폼을 통해 경매에 부치면 팬과 투자자, 대중이 참여해 원하는 만큼 지분을 낙찰받는 방식으로 설정됐다. 구매자는 주식 배당을 받듯이 각자의 지분 만큼 저작권료 수익을 가져간다. 원하면 플랫폼 내 '유저 마켓'을 이용해 사용자간 지분 거래도 가능하다. 2017년 서비스 출시 이후 임창정 '소주한잔'을 비롯해 430여 차례 경매가 이뤄졌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_뮤직카우 제공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는 전업을 떠나 자기 계발을 하는 시간 속에서 이 기발한 아이템을 떠올렸다. 정 대표는 1990년 대 말 벤처 붐이 일던 당시 20대의 나이로 여성포털 '젝시인러브(운영사 중앙아이씨에스)'를 만들며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일만보고 살아가던 지난 날을 재정립 해보던 시기에 “울랄라세션 ‘너와 함께’, 바비킴 ‘가슴앓이’ 등 총 7곡의 작사를 하게되면서 이번 사업의 영감을 얻었다. 정 대표로부터 금융과 정보기술(IT), 음악을 묶는 이 이색적인 사업 스토리를 펼쳐내게 된 배경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뮤직카우가 최근 뮤직코인에서 이름을 바꿨다. 이전 뮤직코인은 혹시 비트코인을 참고한 건가.


“비트코인 전에 우리가 먼저 등록했던 이름이다. 비트코인이 이렇게 '핫'해질줄 알았다면, 그렇게 이름 짓질 않았을 것이다. 뮤직코인은 동전처럼 작은 돈으로 음악의 주인이 된다는 의미에서 붙였던 이름이다. 그런데 실제로 '전에 코인 업체이냐'라고 오해를 사거나 이메일을 보내면 스팸으로 차단되는 경우가 있었다(웃음). 이번에 개명한 뮤직카우는 뮤직과 캐시카우의 합성어로 음악 저작권의 가치에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작곡을 하다가 사업의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꿔왔다. 대학에서도 경영학과를 전공해 경영대학원(MBA)에 갈 정도로 확고했다. 성공한 기업가가 되기위해 놀지도 않고 생산적인 활동과 일에만 몰입하며 살았다. 강박증을 보일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던 탓에 내 취미가 뭔지도 모르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날 지인이 건넨 말이 정곡을 찔렀다. '정 대표는 주관이 참 뚜렷한 사람인 것 같은데 그 주관이 사회적 시선에서 비롯된 것 같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 이후 인터뷰 취재도 하고 인문학, 바리스타 공부 등 전에 하지 못했던 경험을 쌓아갔다. 작사를 하게 된 것도 그런 활동을 하던 중에 우연히 얻게된 기회였다. '알고 놀면 자산이고 모르고 놀면 비용'이란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



뮤직카우 홈페이지


―뮤직 카우의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는 문화, IT, 금융이 균형을 이루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저작권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저작권을 팬들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길 원한다. (사업 방식은)뮤직카우가 작곡가, 작사가와 같은 개인 창작자에게 평생 나올 저작권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 그 일부를 매입한다. 


그렇게 확보한 저작권(지분)을 분할해서 경매를 하는 방식이다. 뮤직카우의 주 수익은 경매 상승분의 50%를 가져가는 것이다(나머지 절반은 개인 창작자에게 제공한다). 아티스트는 뮤직카우에 지분 매각을 하면서 한번, 경매 상승분을 통해 두 번 수익을 얻게 되는데 이는 애초에 우리는 생태계 혁신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포지셔닝으로 시작했던 사업이라 그런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저작권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어떤 저작권의 지분을 경매에 부친다는 것인가.


“작사가와 작곡가가 가진 저작재산권과 저작인접권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작인격권은 해당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양도 자체가 안 되는 것으로 우리가 창작자로부터 저작재산권(저작인접권)을 사들여도 인격권은 그대로 창작자가 가지고 있다. 그러니 지분을 사들였다고 해당 음악을 마음대로 개인 창작물에 쓰면 안 된다.”


―그렇게 이용자가 매입한 저작재산권의 지분은 누가 보장·증명해 주나.


“우리 시스템이 증명한다. 내부 서버에 장부처럼 저장해둔다. 이용자는 뮤직카우 웹 사이트, 앱을 통해 자신의 소유 지분 현황과 캐시를 확인할 수 있다. (보안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사실 그게 민감한 문제다. 그래서 절차적으로는 특수목적법인인 ‘뮤직카우 에셋’을 세워 저작권료 수익을 법적으로 투명하게 배분할 수 있게 했고, 기술적으로는 해킹 등에 대비하기 위해 블록체인 보안 기술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팬덤이 결합돼 특이한 경매 패턴도 나타난다고 들었다.


“재밌는 게 아이돌 팬은 저작권을 일부러 높게 구매한다는 점이다. (한 경매 사례를 보여주며) 이 경매에 참여한 3000명 중 2400명은 저렴하게 저작권을 구매하려 했으며 실제 그렇게 됐다. 이 사람들은 3~5만 원대로 낙찰받았다. 


하지만 나머지 참여자의 행태가 특이했다. 이들도 3~5만 원에 충분히 낙찰받을 수 있는데 굳이 60만원 가까이로 (입찰가를) 높게 부른 것이다. 서로 더 높은 가격으로 사려고 경쟁한 것이다.”


―언뜻 잘 이해가 가질 않는 현상인데 왜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보는가.


“한마디로 팬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매 상승분을 내 아티스트에게 전달하려는 후견인의 욕구. 이게 첫 번째고 내 가수를 일등으로 만들고 싶다는 팬들의 욕구도 반영될 것이다. 


뮤직카우를 통해서 대체투자를 하려는 다른 사람들의 목적과는 다르다. 경매 중에 (입찰가의) 900%가 상승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낙찰가)일등의 자리에 올려놓고 싶은 것이다.”


―이용자 층이 그렇게 나뉜다면 사업 전략을 짜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양 극단의 사람들을 타겟팅하고 있는 셈이다. 대체 투자를 원하는 이용자와 팬은 '화성남자 금성여자'처럼 완전히 다르다. 이해관계도 다르고 이용 목적도 다르다. 한쪽은 이성적인 집단이고 다른 쪽은 철저하게 감성적인 집단이다. 


그래서 우리 전략이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구현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처음 우린 철저하게 문화 상품(팬덤에 초점을 맞춘)으로 브랜딩 전략을 실행해오다가 최근 대체투자로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더 나은 음악 생태계'란 표어를 쓰던데 어떤 의미인가.


“(매입자는) 창작자와 지분을 공유하는 일종의 공동 주인이다. 이게 내 노래라는 생각이 들면 하루 종일 그 노래를 무한 반복해 듣게 된다. 주위에 추천도 하고 노래방 가면 노래도 부르고. ‘내듣내돈(내가 듣고 내가 돈 번다)’이 이뤄지는 것이다. 스트리밍 이용률이 높아지면 그만큼 저작권료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원 저작권 시장이 전체적으로 확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개인 창작자의 반응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저작권 시장이 평가절하 돼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에 비해서 15분의 1(약 7%) 수준으로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고 본다. 저작권 요율도 높지 않다. 저작권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해 주는 곳도 없었다. 그러니 비유명 창작자에게는 창작금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우리 플랫폼은 그런 분들에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원자가 되고 싶다.”


―아직까진 인지도 있는 아티스트의 참가가 더 많은 것 같다.


“사실 유명 아티스트들을 영입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 티어들을 영입하려는 이유는 그들이 움직여야 세컨드 티어도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추후 무명 작가들의 비율도 늘어나야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한 달에 한 번 살롱이라고 해서 창작자와 팬이 소통할 수 있는 문화 행사를 열고 있고, 무명 작가들을 위한 후원 계획도 짜고 있다.”


뮤직카우 '살롱' 활동 모습.


―이 사업의 10년 후 모습을 그려본다면.


“K-POP의 선순환 혁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일차적 목표다. 4차 산업혁명기에 지적재산권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많이 나왔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그걸 자산화 한 사례는 없었다. 우리가 그 최초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버가 모빌리티 공유 시장을 열었다면 우리는 IP 금융의 공유 플랫폼을 창조했고, 또 앞으로 그 분야의 탑 티어로 거듭나고 싶다.(영화 콘텐츠로도 확장하나?) 사실 그런 건 사업 모델이니깐….(웃음)”



인터비즈 박소영 김재형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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