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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May 18. 2020

주말에 "다음날 휴가쓸게요" 카톡 온 팀원 정상인가요?

뭐라 하자니 '꼰대'가 되는 것 같고, 그냥 넘어가자니 속이 터지네


"팀 운영을 너무 딱딱하지 않게 하려 노력합니다."


박 팀장 산하에 있는 팀원 중에는 나이가 젊은 직원들이 많다. 업무 특성상, 직원들의 성별도 다양하고 각자 개성도 뚜렷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팀원들에게 좀 더 자율권을 부여하고 팀 분위기도 편안하게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요? 아니면 제가 올드한 건가요?”


주말 아침의 일이다. 모처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카톡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팀원이 내일 당장 휴가를 쓰겠다는 내용이었다. “팀장님, 제가 내일 급하게 휴가를 내야 할 듯 합니다. 승인 부탁드립니다.” 혹시 신상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돼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예상과 달리 팀원은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박팀장 : 갑자기 휴가를 냈던데, 집에 무슨일 있어요?

팀원 : 그건 아니고요. 제가 내일 친구들이랑 강원도로 놀러가기로 결정돼서요.

박팀장 : 아….?


박팀장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통화를 마쳤다. 승인을 하겠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마지막에 거리낌 없이 "감사합니다. 팀장님!"하며 승인을 당연하게 여기는 팀원의 말투에 어이가 없었다. 과차장급도 아닌 막내 팀원이 정말 이래도 되는건가 싶었다. 한편으론 '혹시 내가 꼰대라 이해를 못 하는 건가'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것까지 이해해야 요즘 시대에 맞는 팀장인 걸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흔쾌히 승인해 주어야 할까? 승인은 하지만 이런 식의 휴가 요청은 잘못 된 것이라고 지적해야 하나? 그도 아니면 급한 용무도 아닌데 갑자기 휴가를 썼으니 받아줄 수 없다고 무시해야 할까. 팀원의 카톡 때문에 박 팀장의 주말은 엉망이 됐다.



DO & DON’T가 명확해야 불필요한 심적 갈등이 없다.


요즘 팀장들을 주로 놀라게 하는 건 바로 밑 레벨의 차장이나 과장급이 아니다. 팀에서 가장 젊고 연차가 어린 20대 팀원들이다. 밀레니얼 세대 과·차장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들은 기성세대 조직문화를 접해본 이들이라 조금 낫다. 팀장이 어떤 점에 민감해지고, 어떨 때 기분이 언짢아지는지를 대충 알고 절충해서 행동한다.


20대 Z세대들은 밀레니얼들과는 또 다르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이들은 ‘상사의 허락을 구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보다 ‘당연한 권리를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Z세대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니 행동양식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래도 이들은 선배 직원들의 태도와는 차별화되는 특유의 당당함이 있다.


팀장들의 반응도 갈릴 수 있다. 어떤 팀장은 본인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고 공감하는 반면, 어떤 팀장은 "카톡으로 전날 휴가 신청하는 게 무슨 문제"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한마디 하고 싶은 순간이 많지만 속으로 삼킬 때가 더 많다


중요한 건 감정 소모를 하지 않는 것이다. 자유로운 팀 분위기를 추구할지, 원칙을 중시해 운영할지 등은 팀장이 결정한다. 팀장의 사고방식과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기준, 방향성만 정해두면 된다. 그래야 사소해 보이지만 예민한 현장 이슈들에 부딪혔을 때, 감정적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양육할 때,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감정을 받아주되 행동은 일관되게 교정한다"이다. 아이들이 떼를 쓰거나 속상해하면 그 감정을 공감해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어긋난 행동에 대해선 원칙에 기반한 훈육이 필요하다. 아이의 감정을 아예 무시하고 원칙대로만 하면 아이에게 서운함이 쌓일 수 있다. 본인의 잘못은 돌아보지 않고 되레 부모를 원망한다. 이 때문에 먼저 감정을 인정해 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팀원들에게도 비슷하게 적용해볼 수 있다. 팀장으로서 팀원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듣고 공감해 줄 필요가 있다. 원하는 걸 다 들어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팀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팀원이 느끼는 상황과 감정은 들어주고 공감하되, 팀의 원칙은 가능하면 예외를 두지 말고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간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줄어들고, 개인적 서운함이 쌓이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박 팀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약 팀 내에 휴가를 쓸 경우 1주일 전승인 받는다는 원칙이 있고 이것이 사전에 충분히 팀원들 사이에 공유가 되어있다면, 승인해 주지 않는 게 맞다. 친구들이 여행을 가자고 애원을 하건, 부모님이 비행기 표를 미리 사두셨건 간에 원칙은 일관되게 고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원칙주의자다" "융통성이 없다"라는 뒷담화가 오갈지라도 이렇게 해야 "OO씨만 편애한다" "나만 미워한다" 등의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야 팀의 신뢰기반이 흔들리지 않는다.


팀에서 업무 관련 중요한 의사 결정 이슈만 생기는 건 아니다. 어떤 측면에서 사소한 일들이 팀장으로서 다루기 더 애매하다. 말하자니 '꼰대'가 되는 것 같고, 그냥 넘어가자니 속이 터지고. 팀의 행동원칙을 정하고 팀원들과 공유해놓으면 이러한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성과를 내기도 바쁜데 불필요한 갈등까지 겪을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박 팀장에게 한 마디 남기며 마무리하겠다.


"'휴가써도 될까요'도 아니고 '부탁드립니다'도 아니고 '휴가 쓰겠습니다'? 

팀장님도 톡으로 간단하게 한마디 보내면 어떠실까요. 

'팀 규정 상 어렵습니다'라고요."


필자 함규정 C&A Expert 대표,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인터비즈 박은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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