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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l 23. 2020

해외에 한국화장품 판매해 대박친 '졸스'의 이야기

국내 회원이 한 명도 없는 졸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졸스(JOLSE)는 국내 화장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한국 온라인 쇼핑몰 업체다. 현재 250개 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회원 수는 54만명(1월 기준), 하루 평균 방문자는 18만 명에 달한다.


전 세계 뷰티 사이트 순위에서 27위를 기록할 정도로 잘나가는 '졸스닷컴'이지만 오히려 한국 사람들에겐 낯설다. 국내 판매를 하지 않아 국내 회원이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졸스는 어떻게 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작은 온라인 오픈마켓이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


졸스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배정현 졸스 전 대표는 군 제대 이후 작은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처음에는 신발, 의류 등 돈이 될만한 품목을 가리지 않고 팔았다.

 

하지만 옷은 매일 새벽 동대문 시장에 들러야 해서 힘에 부쳤다. 그러던 중 비교적 가까이에서 살 수 있고, 제품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화장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12년 6월에는 제이쓰리스토리(J3 STORY)라는 이름으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이때 배 전대표는 우연히 캐나다 지인에게 캐나다에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물건을 보내 판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때 미국으로 화장품 수출을 할 생각을 한 것이다. 한국화장품을 해외로 수출, 판매하겠다고 착안한 순간이었다.

 

출처 졸스 페이스북


초기에는 이베이(e-Bay)와 아마존을 이용했다. 그런데 판매 수수료가 10%에 육박해 2015년 11월,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자체 K-뷰티 해외 쇼핑몰 '졸스'를 개설했다.

 

졸스닷컴의 운영 전략은 어떻게 보면 조금 특이하다. 기존 온라인 쇼핑몰은 입점하고 나서 제조업체가 직접 해외 발송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졸스는 화장품을 사들인 뒤 해외 고객을 상대로 판매하고 사후 CS까지 도맡는다.

 

화장품 제조회사는 졸스에 제품을 팔고 나면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다. 인력부족, 언어장벽 등 해외 진출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신경 쓸 것 없으니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 편리하다.

 

또, 입점 수수료도 없다. 졸스의 주 수입원은 화장품 구입비와 판매비 사이에서 발생하는 마진과 수출로 인한 부가가치세 환급금이다. 도매로 구매해 소매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생기고, 해외로 수출하기 때문에 부가세 환급도 받는다.

 

해외 시장 전략도 다른 기업과 다르다. 보통 K-뷰티에 익숙한 아시아 국가를 겨냥하는데, 졸스는 유행 주기가 짧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대신 소비 패턴이 상대적으로 긴 미국, 유럽 등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현재 110여 개 국에 진출했는데, 미국·브라질·러시아·영국·노르웨이·스페인·캐나다 등 7개국 배송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중국 배송 비중은 0.5% 미만에 불과하다.

 

졸스 매출액과 매출 비율│출처 졸스, DBR

 

법인 전환 이후 졸스의 매출은 급상승했다. 2015년 당시 45억이었던 매출액이 2019년 260억 가량으로 약 6배 정도 증가했다. 매출의 구성을 보면 졸스가 외형상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B2B(기업 간 거래)보다 실속 있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 힘을 쏟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매출 중 70%(182억원)가 B2C에서 나왔다. 또 B2C라도 이베이나 아마존 같은 오픈 마켓이나 온라인 쇼핑 채널보다 자사 쇼핑몰 사이트를 통한 판매 비중이 훨씬 높다. 졸스닷컴을 통한 지난해 매출(100억원)은 전체 매출의 38% 수준으로, B2C 판매 채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졸스의 성공전략은?

 

① 빅데이터 활용해 중소 브랜드 마케팅

 

한국 화장품 중소 브랜드 마케팅에 세계 각국의 회원 데이터를 활용한 졸스│출처 졸스 인스타그램

 

졸스에 입점해있는 한국 화장품들은 대부분 유명 브랜드가 아닌, 자체 능력으로 해외 판로를 뚫기 힘든 중소업체 브랜드다.

 

졸스는 이러한 화장품 브랜드를 세계 각국에 소개하기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졸스는 북미와 남미, 동남아, 유럽 등 110여 국가의 회원 정보와 한국 화장품 유통 관련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졸스와 협력해 해외에서 먼저 판매한 뒤 국내에 들어와 시장을 휩쓰는 브랜드 성공사례도 많다.

 

그중 하나인 코스알엑스(CosRX)는 2017년 올리브영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 브랜드는 5년 전 론칭 단계 때부터 먼저 해외를 공략하고, 그 후 국내 입점 계획을 졸스와 함께 세웠다. 이 전략이 잘 맞아떨어져 성공적으로 시장 안착이 가능했다.

 

코스알엑스 외에도 시크릿키(SecretKey)라는 브랜드는 2017년 졸스에서 판매를 시작해 매년 50%이상의 매출 성장을 보였고 졸스와 함께 기획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② "진상 고객에게도 환불" CS 강조

 

온라인 사업 특성상 고객의 평판관리 역시 매우 중요하다. 악평은 호평보다 더 강한 전파력을 가지고 고객 이탈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졸스는 창립 초부터 CS(고객관리)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분야에 특화되고 숙련된 핵심 인력을 배치하여 고객의 니즈에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리뉴얼 같은 제품 변동 정보나 유통기한까지도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는 먼저 연락해 알렸다.

 

실제로 졸스의 환불률은 2019년 기준 연간 2.3%(약 2억원)로 2018년의 2.9%에 비하면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이는 매출 비용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환불 비중이 높아지더라도 고객 위주의 CS 정책은 지속 중이다. 이 같은 방침에 충성고객은 늘어나는 추세다. 졸스닷컴에 가입했다가 탈퇴하는 회원 수는 2018년 192명, 2019년 246명에 불과하다.

 

 

③ 하루 배송 건수 3000건.. 자체 배송 시스템 구축

 

졸스는 초창기부터 외주를 주지 않고 자체 인력으로 회사의 문제를 해결했다. R&D부서 역시 사업 초기에는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맞춤형 개발을 위해 운영해왔다. 그 덕에 해외 온라인 판매, 현지 마케팅 등 새로운 변화가 있을 때마다 이와 관련된 개발을 수행한다.

 

특히 졸스는 하루 배송 건수가 3000건에 이른다. 크리스마스같이 특수한 날에는 1만건이 넘는다. 회사가 직접 물건을 배송하는 게 쉽진않지만 이를 하나의 사업 기회로 보고 돈과 인적 자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2018년 5월 ‘전자저울 연계 배송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졸스 회원수와 주문건수│출처 졸스, DBR

 

졸스의 배송 작업장은 현재 용인의 우체국이고, 우체국을 통해 제품들은 바로바로 발송된다. 발주가 들어오면 제품의 무게와 함께 송장번호가 자동 출력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발주 순간 바로 송장 번호가 나오고 출고 후 고객은 주문 제품이 안전하게 발송됐음을 당일에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졸스는 외부 유통 업체에선 볼 수 없는 빠른 업무 처리 속도를 확보했다.

 

개발팀을 운영하면서 자체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도 개발했다. 화장품 업체에서 직접 들어오는 도매 물량을 취급하다보니 정해진 시간대가 아니라 하루에도 시시각각 입출고가 이뤄진다. 그래서 일반적인 ERP 시스템으로는 입출고와 재고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또 일반적인 마감 시스템으로는 발주 관련 데이터가 노출될 염려도 있다. 졸스는 자체 마감 시스템 개발과 재고 관리, 나아가 자동 발주로 빠른 대응이 가능한 ERP개발을 진행했다. 현재 졸스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잘나가는 제품은 항상 창고에 구비하고 모자라는 제품은 신속히 발주해 고객의 주문에 응한다.

 


④ '검색 엔진 최적화' 통한 사이트 마케팅


온라인 마케팅을 실시할 때는 자사 플랫폼이 구글 등의 메이저 검색 엔진의 상위에 노출되도록 SEO(검색 엔진 최적화, Search Engine Optimization)작업을 했다. 이는 검색 엔진이 좋아하는 웹사이트의 조건을 갖추는 작업이다.

 

예를 들면 구글이 독특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을 감안해 제목과 그림, 설명 등이 일치하는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이다. 또한 아예 구글에서 사이트 정보를 쉽게 가져가 노출할 수 있도록 사이트 구조까지 바꾸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자체 R&D를 통한 검색 엔진별로 최적화된 SEO작업을 직접 수행해유료 광고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효율을 높였다.

 

고객 개개인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도 진행했다. 처음 졸스가 투자를 받을 때는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쓸 수 없어 값싼 '이메일'을 택했다.

 

10개 유형의 이메일 양식을 만들어 회원들의 피부타입, 인종, 연령대를 반영해 프로모션 이메일을 발송했다. 보통 메일을 통한 화장품 구매전환율은 1%만 나와도 대박이지만 졸스의 메일은 구매전환율이 5-6%에 달했다. 이는 메일을 받은 100명 중 5-6명이 메일 속 제품을 구매한다는 뜻이다.

 

(좌)러시아 인플루언서 니키모란과 (우)세계 화장품 전시회 코스모프로프에 참가한 졸스│출처 nikimoran 유튜브, 졸스 페이스북

현지에 제품 체험단을 꾸리고 무료샘플을 증정하며 무료 배송과 같은 이벤트도 지속적으로 펼쳤다. 특히 졸스가 집중한 마케팅 중 하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다.

 

졸스는 인플루언서에게 제품을 맡겨 직접 콘텐츠를 제작한 뒤 유튜브에 홍보하고 있다. 시크릿키, 쿨이너프스튜디오, 이즈앤트리, 네시픽, 킨베인 등의 브랜드와 미국 LA에서 인플루언서 약 50여 명을 상대로 뷰티 & 패션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졸스는 바른손에 2020년 3월 흡수 합병됐다. 바른손은 영화 기생충의 제작사이자 과거 팬시 문구류 사업으로 유명했으나 현재는 식음료와 게임 영상 등 콘텐츠 사업을 주 업종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바른손이 졸스를 인수합병하면서 지금까지 개발한 화장품 해외 판매 플랫폼을 공개해 K 뷰티 시장 전체를 키워나갈 방침이다. 5월에는 옴니채널 플랫폼도 공개할 계획이다.

 

백종인 현 졸스 대표는 2020년 졸스의 미션을 ‘세상에 알리고, 세상이 알아야’로 정해 발표했다. 졸스는 확장된 플랫폼의 출범과 함께 화장품 제조업체 인수를 통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시장을 직접 공략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92호

필자 졸스 전력기획실 기획실장 박태순


인터비즈 조정현 박은애 정리 / 그래픽 김도윤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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