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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l 22. 2020

'북한'에서도 카카오페이가 될까?

휴전선 너머 지능형 손전화기 인프라와 '전자결제중계체계'에 대해

"여보세요 ~ "
출처 : KBS 유튜브


전화받는  손 모양으로 구세대와 신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 수화기 모양을 하면 구세대, 손바닥을 쫙 피면 신세대라고 한다.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95%에 달하는 현대사회의 이야기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 설문 결과)

 

또 하나 달라지는 세태는 '지갑'이다.  모바일 결제 어플인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으로 스마트폰만 있어도 결제가 가능한 세상이다. 정말 스마트폰 없이는 못산다, 는 말이  절로 나온다.

 

2020년 북한의 '신세대'도 귀에 손바닥만 대고 전화 받는 시늉을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각종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2018년 북측 인구(2514만 명) 기준 5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손전화기(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3G단말기가 출시된 2009년부턴 북한서도 '지능형'이란 표현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은 필연적으로 신기술을 낳는다. 모바일 결제도 그 중 하나다. 평양에도 삼성페이 또는 카카오페이가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만큼은 어느정도 마련돼 있다는 게 여러 연구기관 등의 분석 결과다.


휴전선 너머의 지능형 손전화기 인프라와  '전자결제중계체계'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인구 24%가 사용중..북한의 '손전화' 인프라

 

 

북측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2018년 기준 450만~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의 추정치는 집계 근거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

 

재작년 당시 조봉현 IBK 북한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은 북한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약 600만 명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2019년 이정진 KT 개성지사장은 중복 회선을 제외한 실질적인 가입자는 450만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집계  범위에 간극이 생기는 이유가 있다. 통상 이동통신(또는 휴대폰) 가입자 규모를 판단할 때는 유심칩 사용을 주요 근거로 한다.

 

개인이 SIM 카드를 2~3개씩 사서 쓰는 경우도 있기에 규모를 과대평가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휴대전화 가입 대수는 2017년 기준 6360만 대다. 인구 100명당 휴대폰 124.9 대를 쓰고 있는  셈이다.

 

다만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의 자료를 보면 북측의 지능형 손전화기 가입자 수는 2009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본적인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북한의 특성을 감안한다 해도 가입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북한은  ICT (정보통신기술) 발전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2002년 본격적으로 기간망 사업을 시작했고 2009년부터는 3G방식의  단말기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단말기 형태도 통화와 문자 기능이 중심이었던 폴더형 혹은 슬라이딩 단말기에서 점차 스마트폰형 단말기로 옮겨갔다.

 

북한은 단말기 하드웨어를 자체적으로 제조하기보다는 중국의 단말기 제조회사에 OEM 방식(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는 부품을 중국에서 구입한 후 북한에서 조립해 생산하기도 한다.

 

단, 소프트웨어는 반드시 북한에서 직접 생산한 것을 사용하는데 공안부서에서 통화내용을 도청할 수 있는 어플이나 최고지도자를 찬양하는 도서 열람어플을 반드시 깔아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신형 스마트폰 '진달래6' ㅣ출처 : 조선의 오늘

 

2020년  2월 4일자로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가 보도한 新 스마트폰 '진달래'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기술력을 보여준다.

 

조선의  오늘에 따르면 진달래는 지문인식, 음성인식, 얼굴식별 등 생체식별기술을 사용하고, 인공지능 및 증강현실 기능을 탑재했다.

 

조선의  오늘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의 대학을 졸업한 연구사들로 꾸려진 만경대정보기술사에서 무선 및 유선통신제품개발,  조작체계개발기술, 자동화 및 유연생산체계개발기술 등 국제시장에서도 수요가 높은 정보기술제품들을 개발해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처 : 조선의 오늘

 

'손전화기'를  키워드로 조선의 오늘에 검색했을 때, 2020년 2월 25일자 기준으로 총 19개의 기사가 보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사의 내용은 주로 신형 스마트폰을 홍보하거나 혹은 관련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교육, 보건뿐만 아니라 오락과 관련된  프로그램들도 다수 개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 관련해서 기술적으로도 발전한 데다가 북한 주민들의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

 

북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신비한 주사위' l 출처 : 조선의 오늘



북한의 전자상점과 모바일결제

 

북한에서 손전화기는 특히 경제 활동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2018년 미국 한미연구소를 인용해 "북한 상인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물량과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하면서 휴대전화가 북한 내 상업 활동의 필수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손전화기는  장마당 경제활동의 핵심이다. 장마당은 2003년경부터 북한 당국이 사실상 양성하기 시작한 민간 경제활동 영역으로, 일종의  '시장'이다.

 

2020년 북한연구학회와 현대리서치연구소가 탈북민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연구'에 따르면 북한의 사영(私營) 경제 종사자 비중은 48%까지 확대됐다. 이렇듯 장마당 경제활동은 북한 주민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손전화기는  장마당에서 거래 효율을 크게 높였다. 손전화기를 통해 장마당 상인, 이들에게 물품을 납품해주는 도매상, 무역일꾼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거래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일차원적 현장 거래가 아니라 산업 유통망에 의존해서 거래하는 형태의 경제 활동이 북한에  자리잡은 것이다.

 

환율 정보를 확인할 때도 손전화기는 유용하게 사용된다. 새벽 4시경이면 당일의 달러와 위안화 환율이 사람들을 통해 전달된다. 환율을 알아야 자신들이 팔 품목의 가격을 매길 수 있기에 환율은 장마당 상인들에게 필수 정보다.


북한 전자상점 만물상 l 출처 : 조선의 오늘

 

이동통신의 발달로 북한에서 전자상점(온라인 쇼핑몰)도 활성화 하고 있다. 인터넷이  개방돼 있지 않은 북한은 컴퓨터와 통신망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인트라넷인 '광명망'에 접속해 '만물상', '옥류',  '실리' 등 전자상점에서 물품을 거래한다.

 

전자상점은 데스크탑은 물론 모바일에서도 접속 가능하다. 손전화기에서 와이파이나 3G  데이터망으로 광명망에 접속해 전자상점을 사용할 수 있다.

 

조선의 오늘에 따르면 만물상은 2018년 기준 홈페이지 개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총 열람건수가 1850여만건에 달한다고 했다.

 

북한에서 생산한 상품정보와 경제관련지식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만물상' 홈페이지에는 3만 8천여건에 달하는 상업정보자료들이 게재되어 있다고도 전했다.

 

출처 : 만물상 홈페이지

 

만물상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봤다(2020년 2월 25일 기준). '화장품/위생용품' 파트에서 열람(조회) 수가 가장 많은 상품은  '774세트화장품'이다.

 

살결물, 영양물, 물크림, 크림, 분크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에서도 화장품 세트가 흔히 스킨, 토너,  로션, 수분 크림 등으로 구성되는 것과 유사하다. "젊음으로 남아있으려는 사람들의 희망을 열어주는 로화방지화장품"이라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전자상점은 손전화기요금이나 선불충전식 전자결제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전자상점 자체에 전자결제카드 번호를 입력하면 카드에  선불충전되어 있는 금액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북한에도 본격적으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전자상점의 결제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출처 : NK 경제

 

평양정보기술국이 개발한 모바일 결제 앱 '울림1.0(울림)'이 대표적이다.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울림은 중국의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특이한 점은 조선중앙은행이 발급하는 '전성'카드만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성카드는 북한원화만 충전할 수  있으며, 계좌가 없어도 카드에 충전할 수 있지만 조선중앙은행에 등록되어 있는 계좌와 연동하기를 권고하며 사용되고 있다.

 

출처 : NK 경제

 

북한 경제 전문 매체인 NK 경제에 따르면 울림을 가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앱들과 마찬가지로 인증 과정을 통해서 사용자 가입이 진행된다.


 

울림은 단순히 결제만 가능한 앱이 아니다. 카드와 카드 간 송금, 즉 계좌이체도 가능하고 다른 전화 사용자에게 요금을 이체할 수도 있다. 잔고 조회, 카드의 요금충전 등도 가능해 모바일뱅킹의 기초적인 기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 울림은 '평양2417' 등 최신 스마트폰에만 탑재되어 있다. 기존의 막대형, 접이식 전화기나 구형 스마트폰은 기존처럼 문자메시지 방식으로 요금을 이전할 수 있다고 한다.

 

울림이  탑재되어 있는 최신형 스마트폰 ‘평양2417” 시리즈 이후의 손전화기는 단말기 구입비만 최소 500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의 의류임가공 노동자가 받는 월급이 100위안(약 6달러, 한국원화로 17,000원, 북한원으로 13,000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노동자가 9~10개월은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보다는 무역업, 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를 통해 일하는 노동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향후 모바일 결제시스템의 발전 전망

 

북한의 신형 스마트폰 '진달래7'(왼)과 '진달래6'(오) l 출처 : 조선의 오늘

 

북한의 수도인 평양에서도 울림은 아직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젊은 층들이 최신 손전화기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다수 대중들은 통신을 목적으로 손전화기를 구매하기 때문에 일반 3G 단말기로도 충분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울림과 같은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등장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확립하겠다는 북한의 금융개혁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의 확장을 통해 대내적으로는 북한의 금융개선, 대외적으로는 대북제재 우회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로 중국에서 북한 사용자에게 위안화로 보내고, 북한 사용자들은 장마당 환율로 계산해서 울림을 통해  송금할 수 있다.

 

즉, 30분 이내로 북한 전역으로 송금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북한 내 가족들에게 송금하거나, 외국에서  북한으로 송금할 때도 마찬가지다.

 

국제적  차원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과의 금융거래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자금세탁 등과 관련한  국제기준을 이행하지 않은 북한에 최고 수준의 제재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결제 앱을 통한 금융거래를 통제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북한국적자가 자신의 명의나 중국인의 명의를 빌려 중국에서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를 개설하여 중국 내에서 송금이나 결제를 하고, 북한으로 송금을 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를 차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울림  1.0’ 버전이라는 것은 이후 2.0, 3.0 같은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나올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당국은  전격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친숙도를 높여 점점 울림을 통해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필 것으로 전망된다. 점차 사용자 편의성과  경제운영당국의 통제·관리 필요도와 교집합을 형성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인터비즈 윤현종 조지윤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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