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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l 22. 2020

노벨 경영학상이 있다면 누가 후보로 오를까?

스티브잡스? 현대그룹 정주영?…


1888년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형이 사망했다. 신문들은 부고 기사를 실었는데 한 신문이 알프레드 노벨이 죽었다고 착각해 형 대신 그의 부고 기사를 썼다. 제목은 ‘죽음의 상인, 사망하다.’ 사람을 더 많이 빨리 죽이는 방법을 개발해 큰 부자가 된 노벨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돈을 많이 번 노벨을 폄하한 것이다. 노벨은 실수로 나온 이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이로부터 8년 뒤 사망할 때 속죄의 의미로 노벨상 제정을 유언으로 남겼다는 설이 있다. (물론 돈을 많이 벌었으니 단순히 사회 공헌을 하고 베풀기 위해 노벨상을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노벨재단이 주는 노벨상 메달(왼쪽)과 스웨덴 중앙은행이 주는 노벨경제학상 메달 사진. 각각 노벨재단, 스웨덴중앙은행

노벨상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의 5개 부문으로 시작했다. 1901년부터 이들 분야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국적을 가리지 않고 상을 주고 있다.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죽은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다. 수상이 확정된 시간에 살아있어야 한다.

 

1969년부터는 경제학상이 추가 됐다.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으로 노벨 재단이 아닌 스웨덴 중앙은행이 수여한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권위의 이 상이 발표되는 매년 10월이 되면 우리는 왜 한국인은 받지 못하는지, 왜 일본인은 많이 받는지, 미국인이 편파적으로 너무 많이 받는 건 아닌지를 놓고 심각한 토론을 벌이곤 한다.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즈 칼럼니스트 앤드류 힐은 조금은 재미있는 상상을 했다. 만약 노벨 경영학상이 있다면 누가 후보가 될 수 있을지를 가정해 본 것이다. 


힐에 따르면 후보는 우선 팀워크와 협력을 중시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경영을 하면서도 단기적으로 위기에 대응할 줄 알아야 하며, 명령하고 통제하기 보다는 코칭을 할 줄 아는 공감 능력을 가져야 하고 사업을 통해 인류에 공헌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러고 나서 세계적인 경영자들을 살펴봤더니 잘 나가는 경영자들은 많은 부분 단기적인 유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잭 웰치 GE 전 CEO


대표적인 사람이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불리는 GE의 전 CEO 잭 웰치다. 웰치는 1981~2001년 CEO를 지내며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1000개에 이르는 기업을 인수 했고, 매년 하위 10%의 인력을 내보냈으며, 업계 1,2위를 유지하지 않는 기업은 팔아버렸다. 투자자들은 그를 사랑했지만 직원들은 두려워했다.

 

그가 물러나기 직전인 2000년 GE의 시가총액은 5940억 달러(약 700조 원)로 미국 1위였다. 전 세계 기업들은 GE를 따라 하기 바빴다.

 

하지만 그의 경영 방식은 나중에 GE를 위기에 빠트리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GE는 제조 혁신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웰치는 GE를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아닌 금융업으로 많은 돈을 버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의 지휘 아래 GE는 GE캐피털이라고 불리는 금융 부문에 의존하게 된다. GE캐피털은 GE 전체 이익의 40%에서 최대 60%까지 담당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자 과거 GE의 영광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후 10여 년 동안 GE는 맥을 추지 못하고 추락 중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노벨 경영학상의 또 다른 후보로 거론 된 인물은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 아이폰을 필두로 그가 만든 혁신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제품들은 새로운 산업을 형성했고 지금도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하지만 잡스의 경영 방식은 복제하기가 어렵다. 그의 디자인에 대한 집착과 소비자의 잠재적인 욕구를 읽어 내는 능력은 그저 한 천재의 비전이었을 따름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독설과 욱하는 성격을 비롯한 약간은 기이한 행동들은 그의 성과를 갉아 먹기도 했다. 한 마디로 잡스는 훌륭하지만 그의 경영 방식은 따라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얘기다. (어차피 생존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상 후보에 들 수 없기도 하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요즘 잘 나가는 인물 중에서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를 후보로 들 수 있다.

 

전자상거래의 대명사와도 같은 기업인 아마존을 창업 하면서 베조스가 끊임 없이 강조했던 부분은 고객제일주의였다. 그래서 아마존은 고객을 위하는 일이 아니면 절대로 돈을 쓰지 않는다.

 

창업 초기에는 문짝을 떼서 책상을 만들었고 사내 자판기에는 불을 꺼놓는 등 아마존은 직원 복지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기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고객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사내외에서 공격도 많이 받았다. 사내 경쟁 문화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두는 직원이 많다는 얘기가 회자됐고 창고 직원들은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고 주문된 물건을 수집하러 다녀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베조스의 고객제일주의라는 경영 방침 덕분에 아마존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그 방식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한 대학교수는 후보로 포드자동차 창업자인 헨리 포드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가 컨베이어벨트를 통한 대량생산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대량생산의 아버지’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이병철 삼성 창업자, 정주영 현대 창업자,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이왕 상상을 한 김에 한 발짝 더 나가면 우리나라에도 후보는 있다.

 

유조선으로 물을 막고 방조제 공사를 하는 등 숱한 일화를 만들어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나 모두가 반대할 때 반도체 산업을 시작해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만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 죽을 각오로 맨손으로 포항제철을 일궈냈지만 포스코 주식은 하나도 소유하지 않았던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도 후보에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경영학은 과학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art)에 가깝다. 경영학계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경영학을 인문학이라고 하기도 했다.

 

만약 노벨 경영학상이 있다면 물리학상이나 화학상처럼 딱 떨어지는 업적을 바탕으로 주는 게 아니라 상당히 주관적인 기준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영자는 함께 일해본 사람만이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마도 노벨이 돈을 많이 번 사업가임에도 불구하고 노벨 경영학상이 없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필자 김선우

약력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문지리학과 졸업

- 워싱턴대(시애틀) 경영학 석사

-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40세에 은퇴하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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