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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l 27. 2020

의사결정의 걸림돌 '확인편향'을 깨부수는 방법

확인편향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

[DBR/동아비즈니스리뷰] "A형? 왠지 그럴 거 같았어." 혈액형과 성격이 연관된다고 믿는 사람이면, 상대가 소심한 모습을 보였을 때 'A형이라 그럴거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때 상대가 A형이라고 말하면 그의 믿음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대범한 A형을 만나면 그의 믿음은 깨어질까? 아니다.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성을 검증하는 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례로 간주해버린다. 이러한 경향을 '확인편향'이라 한다.

 

사람들이 어떤 믿음을 가지면 자신의 믿음이 틀렸다는 정보보다 그 믿음이 맞았음을 보여주는 정보를 비대칭적으로 선호한다.

 

확인 편향은 인간의 추론 과정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또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DBR 282호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정보 해석과 탐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확인 편향


확인 편향이라는 용어는 영국의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Peter Wason)이 만들었다.

 

웨이슨은 그가 고안한 고전적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정보의 탐색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가설을 부정하기 위한 정보보다는 확인하기 위한 정보를 탐색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다.


웨이슨은 29명의 대학생에게 2-4-6이라는 3개의 숫자를 보여주고 이 숫자들이 어떤 규칙에 의해 생성된 숫자인지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진행했다.

 

이 게임의 참가자들은 자신이 짐작한 규칙(2씩 증가하는 짝수)을 검증하기 위한 3개의 숫자(예를 들어, 4-6-8)를 연속해서 만들어 제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3개의 숫자를 제시할 때마다 그것이 실험자가 가진 진짜 규칙에 맞는지, 틀리는지 알려줬다. 웨이슨은 실험 참가자들이 진짜 규칙을 알아내면 잠시 멈추고 자신이 생각하는 규칙이 무엇인지 자유롭게 말해보도록 했다.



실험 결과, 29명의 참가자 중 진짜 규칙인 '증가하는 3개의 숫자'를 맞춘 사람은 오직 6명이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2-4-6을 보고 '2씩 증가하는 짝수'와 같은 가설을 떠올리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4-6-8과 같이 자신의 가설에 맞는 예를 계속 제시했다. 그리고 나서 많은 참가자는 규칙을 알아냈다고 생각했다.

 

이 게임에서 올바르게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은 자신의 가설에 맞지 않는 사례(예를 들어, 1-3-5 또는 2-4-7)가 진짜 규칙에 맞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가설에 맞지 않는 사례가 진짜 규칙에 맞는 사례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잘못된 자신의 가설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기존 가설을 고수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정보 탐색 과정에서 심각한 확인 편향을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진 일반적인 성향에 '편향'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를 반드시 붙일 필요는 없다. 이 실험과 관련해 클레이만과 하영원은 사람들이 귀납적 추론에서 흔히 사용하는 '확인 전략'의 부정적 측면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정보 탐색에 있어 확인 편향은 '편향'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귀납적 추론에 널리 사용하는 '긍정적 검증 전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같은 객관적 자료를 보고도 입장차는 더 커져


확인편향은 정보 탐색 과정뿐만 아니라 정보 해석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로드와 그의 동료들(Lord, Ross & Lepper, 1970)은 사형제도에 대해 강한 찬반 의견을 가진 두 그룹의 스탠퍼드대 학부생들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에게 사형제도의 범죄 억지 효과에 관해 상반된 결과를 낸 두 개의 연구 내용을 읽어보도록 했다. 하나는 사형제도가 살인죄의 빈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형제도의 도입이 오히려 살인죄의 사례를 증가시킨다는 결론이었다.



이 경우 두 연구가 서로 충돌하는 결론을 얻었으므로 실험 참가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찬반의 결론이 섞여 있는 혼합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실험 결과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그룹은 자신의 원래 찬성 입장을 더욱더 강화했고, 반대 그룹은 원래 입장보다 더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두 그룹은 동일한 객관적 증거에 노출됐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객관적인 혼합 증거에 노출될 경우 자신의 의견을 지지하는 증거는 높이 평가하는 반면, 자신의 의견을 위협하는 증거는 여러 가지 이유로 폄하하거나 무시해버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게  맞아!" 집단사고의 환상까지 불러···


확인편향은 특정 그룹의 구성원들에게 ‘집단사고’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응집력이 높은 집단이 그룹의 화합과 일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구성원들의 반론 제기나 대책 제시가 억압된다. ‘우리’안에 속한 구성원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확인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이 속한 그룹은 취약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무취약성의 환상(Janis, 1982)’에 빠지게 된다.

 

집단사고가 우리를 타인들로부터 배타적으로 구분하고 여기에 증오까지 결합하면 1940년대 나치 독일에 의해 저질러진 유대인 대학살처럼 매우 위험한 형태의 집단 증오로 발전할 수 있다.


집단 사고의 환상에 빠져 도산한 스위스에어│출처 Flickr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집단 사고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날아다니는 은행’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재무적 안정성을 자랑했던 스위스에어(Swissair)의 도산이 한 예다. 스위스에어의 구성원들은 기업의 무취약성과 도덕성에 대해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결과 스위스에어는 주요 의사결정 기구에서 항공업계 전문가들을 배제하고 비슷한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소수의 비전문가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내린 일련의 잘못된 의사결정은 결국 스위스에어가 도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확인편향은 믿음의 강도와 무관하게 사람들의 일상적인 추론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투자가가 자신이 투자한 A기업이 도산 직전이라는 루머를 듣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루머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자신이 A기업의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어 매도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확인 편향이 작동한다.

 

투자자는 인터넷을 통해 A기업 뉴스를 검색할 때 해당 기업의 파산을 예측하는 뉴스들 위주로 검색하고 읽게 된다.

 

A기업이 ‘커다란 시장 잠재력을 가진 신제품을 방금 출시했다’와 같은 긍정적 뉴스는 눈에 잘 들어오지않고, 설령 눈에 띄더라도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그는 A기업의 주식을 팔았지만 그 후 A기업의 주식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에게 확증편향이 위험함을 경고한 워런 버핏│출처 Flickr


이런 예는 현실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사람들은 루머같이 신뢰성이 낮은 정보를 그대로 믿지 않지만 그 루머가 의사결정자에게 약간의 믿음이라도 심어준다면 그 가설은 의사결정자의 추후 정보 탐색과 해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Warren Buffett)도 투자자들이 가장 능숙하게 수행하는 일은 “모든 새로운 정보를 자신이 갖고 있는 기존 결론을 바꾸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며 투자자의 확인 편향을 경고했다.



확인편향의 악영향, 최소화하는 방법은?


확인 편향이 긍정적 효과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정보의 탐색과 해석 과정에 주관적으로라도 그 믿음을 지지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낼 가능성을 높여줌으로써 자아존중감(self-esteem)의 훼손을 방지한다.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확인 편향은 많은 경우 의사결정자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왜곡함으로써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의사결정자가 자신의 판단 능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을 갖도록 함으로써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하도록 한다.

 

집단적 차원에서 작동할 경우엔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집단들 간의 적대감과 분쟁을 영속화하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

 

확인 편향은 인간의 심리 과정에 깊이 자리 잡은 성향이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활용할 수 있다.

 

확인편향 때문에 내가 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첫째, 가능한 어느 특정 가설에 너무 빨리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

 

인간은 정보 처리 능력의 한계 때문에 하나의 가설을 받아들이면 다른 가설을 고려하거나 검증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진다. 따라서 기존에 갖고 있던 가설을 확인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하나의 가설을 자신의 믿음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여러 가지 대안을 고려하고 충분한 정보를 수집해 타당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여러 가설 중 하나를 자신의 믿음으로 받아들여도 항상 ‘나의 믿음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을 배제하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새로운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정보에 접하면 자신의 믿음이 틀릴 수 있는 이유와 대안적 믿음이 옳을 수 있는 이유를 의식적으로 떠올려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에 더하여 새롭게 나타나는 정보의 진실성을 판별할 수 있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셋째, 집단사고의 경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악마의 변호인'이라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악마의 변호인은 집단 의사 결정에서 다수의 의견에 일부러 반대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같은 방법은 활용할 때 그룹 리더는 토론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이 토론에 지나친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누가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맡고 있는지 미리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집단 의사결정상의 확인 편향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사고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82호

필자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하영원



인터비즈 조정현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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