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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Aug 11. 2020

지적하긴 뭣한데.... 신경이 쓰인다


박 팀장은 요즘 사무실에서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A 팀원의 혼잣말 때문이다.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 이거 왜이래" 등 말소리가 들려 흐름이 끊긴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다른 팀원들도 A 팀원 혼잣말이 들릴 때면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업무 특성상 평소에 사무실이 조용한 편이다. 컴퓨터 자판 치는 소리나 간혹 외부 사람과 통화하는 소리가 전부인지라, 혼잣말과 때때로 흥얼거리는 그의 노랫소리는 사무실에서 더 크게 들린다.



다른 팀원들은 A 팀원이 고참이라 지금까지 참고 견뎌왔던 것 같다. 그들은 좀 익숙해졌는지 모르겠지만, 이 팀에 온 지 한 달 밖에 안 된 박 팀장은 생각보다 견디기가 어렵다. 


회사 규정에 금지된 행동도 아니고, 어찌보면 정말 사소한 개인의 습관일 뿐이라 팀장으로서 지적하는 게 맞는지 혼란스럽다. 갑자기 "사무실에서 노래하지 말아요. 혼잣말도 금지에요"라고 말하기가 참 애매하다. 그 외에는 태도도 괜찮고, 일처리 역시 나무랄 데 없이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때론 사소한 것이 업무 환경을 망칠 수 있다


사람이 참 이상한다. 큰 사건들 때문에 밤잠 설치며 고민하는 경우보다 사소하고 별 일 아닌 것들로 속을 끓이게 되는 경우가 살면서 몇 배는 더 많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굵직한 이슈는 이미 회사 규정으로 어떻게 하면 될지 정답이 정해져 있다. 힘들긴 해도 팀장은 매뉴얼대로 처리하면 된다. 어찌보면 더 큰 문제는 사소한 이슈들이다. 개개인의 사적인 부분에 대해 팀장이 개입해 "해라" 또는 "하지 말아라" 판단하는 게 맞는지 헷갈린다.



집에서 가족의 행동 중 거슬리는 게 있듯,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사무실에서도 '못 본 척 넘기긴 어딘가 불편한' 습관과 행동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 팀장으로부터 의자를 침대처럼 수평이 되도록 뒤로 제치고 앉아 휴대폰을 보는 팀원이 신경 쓰인다는 얘길 들었다. 


그 팀장은 입구 쪽에 앉은 팀원이라 사람들이 오가며 팀원의 자세를 보고 팀 전체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볼까봐 걱정했다. 또 다른 팀장은 자기 책상을 안 치우는 팀원 때문에 스트레스트를 받았다. 책상에 먹다 남은 과자봉지, 커피 컵 등을 잔뜩 쌓아놓아 볼 때마다 거슬렸다. 


냄새도 나고 날이 더우면 날파리가 꼬일 수 있어 좀 치우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자식도 아닌데 회사에서 이런 지적까지 하는 게 맞나 싶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 외에도 머리를 자주 감지 않거나 몸에서 냄새가 나는 등 위생상 문제가 있는 경우, 노래를 크게 들어 이어폰 밖으로 노랫소리가 새어나오는 경우 등 다양했다.


얘기해봤자 치졸한 사람 취급받을 것 같고, 업무성과에 직접적 관련도 없으니 모른척 눈을 감아야 할까? 이때 팀장들이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업무 관리뿐 아니라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 역시 팀장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래서 팀장은 팀원들의 업무몰입성향을 미리 알고, 어떤 장애요인들이 발생할 때 업무집중도가 떨어지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예민함을 요하는 작업을 하는 팀원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업무 효율이 높은데 팀 내에서 누군가 지속적으로 소음을 유발해 제대로 일하고 있지 못하다면 팀장의 개입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누군가의 행동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습관을 개인의 영역으로만 치부할 순 없다. 팀장은 이 문제를 업무환경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때로, 팀장 본인의 성향이 지나치게 예민해서 다른 사람들에겐 별 문제가 안 되는데 혼자만 거슬려 할 수도 있다. 평소 주변에서 "당신은 예민한 편이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면, 자신의 예민함을 누그러뜨리도록 먼저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뿐 아니라 다른 팀원들 대부분도 특정 팀원의 습관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


해당 팀원에게 습관을 고치라는 피드백을 전달했을 때 "왜 사소한 것까지 관여하느냐"는 반문이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 생활에선 그 행동이 사소한지 아닌지 개인이 아닌, 팀을 책임지는 리더가 결정해야 맞다. 그러니 피드백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이야기하자. 돌려 말할 필요도 없다.


 애매하게 말하면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듣고 서로 감정만 불편해질 뿐이다. 우리 팀의 업무환경을 흐트러뜨리는 것이 있다면 그 어떠한 것도 사소하지 않다.


■ 필자 함규정 C&A Expert 대표,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함규정 박사는 지난 10년간 196개 기업의 임원과 팀장들을 코칭해 온 임원전담코치이자 리더십∙기업소통 전문가입니다. <팀장클럽> '감정탐구생활'에서 감정코칭 연재글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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